카드사 “당국 기조 반영한 것...마케팅 혜택 본 만큼 올려야”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전업 카드사는 지난달 말 연 매출 500억 원 초과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 폭은 0.2% 안팎으로 알려졌다. 2016년 기준 대형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통신사 1.8%, 대형 할인점 1.96%, 백화점 2.04%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정기 조정안내에 따라 (공문을 발송했다)”며 “지난해 적격비용 재조정 당시 당국이 (대형 가맹점이) 마케팅 비용 혜택을 받는 만큼 수수료율을 올리라고 지적한 부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는 지난해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전체 가맹점의 96%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인상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카드사는 ‘금융당국 기조를 따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공문을 발송한 것은 카드사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할 경우 1개월 이전에 공지해야 하는 관련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다음 달 1일부터 인상될 예정이다.
카드업계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유통업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3년마다 카드사들과 수수료율에 대해 재계약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에는 수수료가 동결된 바 있고, 올해 또 협상 시기가 도래했다. 일단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상 공문을 각 유통사에 전달한 상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인상 공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달한 상태”라며 “3년 전에도 인상을 요구했지만 결국은 카드사 간 눈치 보기로 동결로 결론이 났고, 이마저도 협상 6개월 만에 마무리됐다”며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유통업계에 전가하려 한다”며 “유통업계 실적이 최악인 상황에서 무작정 카드사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카드사의 대응에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가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여론을 카드사가 조성하는 듯한 인상”이라며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방침을 비판했다.
통신업계도 같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인마트, 통신업계 등 대형 가맹점 전반이 인상된 수수료율 통보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향후 카드사들과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