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플랜트본부가 송도 사옥 이전을 철회하고 직원 승진을 재개하는 등 직원들의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근무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플랜트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수습에 나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재호 대림산업 플랜트사업본부장은 26일 ‘플랜트사업본부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해 12월 28일 기점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단행했던 근무지 지방 이전, 3년간 직원 승진 중단 등 조치를 없던 일로 돌렸다.
유재호 본부장은 “수차례 걸쳐 임직원들과 간담회 또는 면담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됐다”며 기존 추진하던 방안들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단행한 조치들로 인해 플랜트사업부 직원들의 불만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서 송도로 근무지를 이전하고, 3년간 승진·임금 인상이 없는 데다가 보직수당마저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에 플랜트사업의 핵심자산이라 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이 나타났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으로 근무 여건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동종업계 기업들은 플랜트 부문 경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향후 사업을 추진할 동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는 셈이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화공플랜트 프로세스설계, 배관설계(Design·Stress) 분야에서 정규직 또는 계약직 경력 채용을 위해 서류를 접수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공종별 설계·기술 경력채용 서류 접수를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안 좋지만 대림산업 플랜트 경쟁력은 업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통한다”며 “엔지니어들이 동종업계에서 충분히 좋은 조건에 이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림산업 엔지니어들이 대거 서류 접수에 나섰는지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 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인사 진행 과정은 대외비적인 내용인 만큼 외부에 관련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대림산업 기술자 정도의 경력자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선 대림산업이 이직을 결심한 엔지니어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대림산업 플랜트 분야의 어려움이 외부에 알려질 만큼 알려지면서 그동안 쌓은 명성을 상당 부분 날려버렸고 야심차게 내놓은 해결책 역시 불과 2달 여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직원들의 충성심에도 손상을 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비상경영체제 관련한 조치를 취하면서 희망퇴직을 사인한 직원들이 꽤 될 것”이라며 “불과 2달 만에 처지가 바뀌었으니 직원들 입장에서 경영진을 마냥 신뢰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