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은 1967년 창업주 허진규 회장이 설립한 일진전기를 모태로 성장했다. 1976년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철선에 구리를 입힌 전선(동복강선)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2년 일진제강, 1987년 일진소재산업(덕산금속) 등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했다. 이후 공업용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일진다이아몬드를 설립하는 등 사세를 키워 현재는 5개 상장사 포함 45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총자산 규모 2조6982억 원(2017년 기준)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계열사는 허 회장의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일진홀딩스는 허 부회장(29.1%) 외 특수관계인 포함 총지분이 56.0%, 일진머티리얼즈는 허 대표(53.3%) 외 특수관계자 지분이 총 53.37%다.
일진홀딩스 아래로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55.6%), 알피니언(94.1%), 아이텍(70%), 일진디앤코(100%), 전주방송(40%), 아트테크(80.9%) 등의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과 아이알엠, 삼영지주 등을 100%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지분 구조가 명확히 나눠져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형제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허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허 회장이 2013년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을 허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일단락됐다. 이때 우회 통로 역할을 한 계열사가 바로 일진파트너스다.
일진파트너스는 1996년 설립된 곳으로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애초 금융 회사로 설립된 이 계열사는 일진기술금융→일진캐피탈→일진파트너스로 이름이 바뀌면서 운송업체로 변신했다. 현재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되자 외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진파트너스는 법인 설립 당시 허 회장과 일진전기공업, 일진다이아몬드 등의 계열사가 출자했다. 감사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1999년 지분을 보면 ㈜일진과 일진전기공업, 일진다이아몬드가 각각 30.9%씩이며 허 회장이 7.3%다. 이후 허 회장이 2006년부터 지분을 확보해 허 부회장에게 넘겼고 2007년 허 부회장이 100% 지배력을 갖게 됐다.
이후 회사는 사업 분야를 금융업에서 운송업으로 전환하고 그룹의 일감을 떠맡는다. 특히 일진전기의 제품 운송 등을 담당하며 사세가 커졌다. 2010~2012년에는 매출 전체가 일감 몰아주기에서 발생했다. 이에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2009년 8억 원에서 2012년 136억 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이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로 2017년에는 40%대까지 낮아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설립된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한다. 2013년에는 허 회장 지분 전량(15.27%)를 전량 매입해 지분율을 24.64%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허 부회장 지분을 더하면 과반이 넘는다. ‘허정석→일진파트너스→일진홀딩스→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