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직관적인 법의 명칭에서 나타나듯, 이제부터 직장 내에서 타인을 괴롭히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과연 직장 내 괴롭힘, 실제로 신고하는 법은 무엇일까? 기자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시도해 봤다.
먼저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기자는 인근에 있는 노동지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투데이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회사이므로 관할 지청인 ‘서울관악노동지청’에 전화를 했다. 서울 근무자는 위의 표를 참고하여 관할지청에 전화를 걸 수 있고, 지방인 경우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상단 민원 탭의 ‘지방청·고용센터찾기’ 메뉴를 클릭하면 자신의 근무지 관할 지청을 확인할 수 있다.
관할지청에 전화를 걸면 민원 담당자가 전화를 받는다. “제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고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담당자는 일차적으로 사내에서 해결하기를 권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근로기준법 76조의2와 3에는 부당한 괴롭힘을 당할 시 사업주에게 먼저 진정을 신청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기업에 재직 중인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사업주를 직접 대면하기는 어려운 만큼, 실제로는 회사 내 인사팀이나 총무부에 조정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다만 이 사내 조정신청은 어디까지나 노동지청의 권장사항 정도일 뿐이라 사내 조정 과정을 거쳤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노동지청에 신고 접수는 가능하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법에 명시된 내용’이기 때문에 고소, 고발 등의 법적 조치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기사에서는 본격적인 법적 조치로 번지기 전, 노동청의 조정 과정을 통해 비교적 효율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 방법에 대해서만 알아보도록 하겠다.
신고 접수는 △전산접수 △우편접수 △직접방문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인터넷으로 전산접수를 하면 자동으로 관할 노동지청으로 접수가 된다고 하니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고 관악지청에서도 권장했다.
전산접수 역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단의 ‘민원’ 탭에서 민원마당→민원신청에 들어가면 신청할 수 있다.
단, 유의할 점이 있는데 법이 시행된 지 사흘에 불과하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신청하는 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마련된 신청란 중 그나마 가장 ‘괴롭힘’과 가까운 ‘직장 내 성희롱’ 란에 민원신청할 것을 권고받았다.
우편접수의 경우 특별히 법으로 정해진 서식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전산접수와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예시 서식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경우도 ‘직장 내 성희롱’ 란에 마련된 서식을 내려받아 ‘성희롱’ 부분을 ‘괴롭힘’으로 고쳐서 진정 내용을 기술한 뒤, 앞서 찾아본 자신의 관할 노동지청 주소로 우편을 보내면 신고가 접수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긴 하겠지만, 기자는 상담도 받아보고 싶고 해서 관할지역인 서울관악노동지청에 직접 방문 접수도 시도해봤다.
직접방문도 전산접수나 우편접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노동지청에는 위와 같은 양식의 범용 진정서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히 기재하고 민원실에 접수하면 신고가 완료된다.
관악지청에서 근무하시는 근로감독관 한 분에게 신고접수 시 진정 절차의 진행 과정을 물어보았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사건을 담당하는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설정된다. 이후 신고인에게 출석 요구가 전해지고, 차후에 피신고인에게도 출석을 요구해 각자의 진술 조서를 받게 된다.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진술을 대조한 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근로감독관은 시정지시나 개선지도를 할 수 있다.
시정지시는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진 근로감독관이 형사처벌로 인계할 수 있는 조치고, 개선지도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차원의 조정 조치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76조의 2와 3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괴롭힘에서 ‘형사처벌’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사용자에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이 밖의 경우엔 사업장에 권고 차원인 개선지도만을 조치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근로기준법 76조의2와 3은 모두 ‘사용자의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괴롭힘 당사자를 형사처벌한다거나 하는 식의 법이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
관악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이 법의 취지는 각 회사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자정적으로 막는 데 힘쓰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만약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혹은 개선지도가 있었음에도 재차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페널티는 괴롭힘 당사자가 아닌 사업장 자체에 과태료 등이 부과되는 형식으로 법이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노동지청에서도 즉시 신고하기보다는 회사 내부에서의 진정 과정을 거치기를 권고하는 것이다. 만일 근로감독관의 개선지도가 있었음에도 이를 어겨 사업장에 페널티가 부과됐음에도 재차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이 경우엔 현실적으로 고소 및 고발 등의 법적 조치 밖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결국, 이 법은 회사 내에서 부당한 괴롭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 개개인이 사업장의 분위기를 바꿔 나가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다. 아마 이 법이 본격적으로 작동하려면 각 기업이 사내 내규로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예방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