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입법안을 마련했다. 해고자ㆍ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허용, 단체협약 기간 3년 연장 등이 포함됐다.
고용노동부는 30일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핵심협약 제87호와 제98호의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고용부는 3개 법 개정안을 31일까지 입법예고하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4개 ILO 기본협약 중 105호 협약을 제외한 3개 협약에 대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관련 법 개정을 위한 후속조치를 진행해 왔다. 비준동의안은 지난 22일 외교부에 비준을 의뢰했다.
고용부는 유럽연합(EU)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쟁 해결 절차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 만큼, 핵심협약 비준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입법안은 노·사·정이 참여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했다고 고용부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상관없이 기업별 노조를 포함한 모든 노동조합에 대해 실업자・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노동조합 절반 이상(56.6%)을 차지하는 초기업노조는 현재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업자·해고자가 가입·활동할 수 있다.
기업별 노동조합도 교섭권 위임 등을 통해 실업자·해고자가 단체교섭 등에 참여할 수 있으나, 일반 조합원으로의 가입은 제한되고 있어 이들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기업별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 노조 활동이 기업의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실업자·해고자 조합원이 사업장 내 조합활동 시 사업장 출입 및 시설사용에 관한 노사 합의절차 또는 사업장 규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 입법안에는 노조 임원자격은 자율적으로 결정(규약)하도록 하되, 기업별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해 기업별 노조 임원은 재직자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 금지 규정은 삭제하되, 현행법상 규정된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2010년 도입됐다. 전임자 월급을 조합비로 전부 충당하려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노조 활동 시간의 일정 부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주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했다.
퇴직 공무원·교원, 소방공무원, 대학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5급 이상 공무원의 가입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5급 이상 중 지휘·감독, 총괄업무 주로 종사자 등은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등 직무특성에 따른 제한은 유지하기로 했다.
교섭절차와 관련해선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는 경우 모든 노조에 대한 성실 교섭 및 차별금지 의무 부여하기로 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내 생산·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경영계가 요구해온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 폐지 등은 이번 정부의 입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과 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위해서는 정부입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합의가 최선이었겠지만, 더 이상의 합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사노위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에 접수된 노사 및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향후 정부입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