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조 내버로 ‘FBI 관찰의 기술’

로그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수학자 존 네이피어는 “언어가 생각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면, 몸짓은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바로 이 문장에 조 내버로의 ‘FBI 관찰의 기술’에 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저자 존 내버로는 23세에 미연방수사국에 스카우트되어 25년간 지능범죄와 테러리즘 분야의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와 범죄자의 포커페이스 이면을 몸짓으로 읽어온 사람이다. 그는 조직에서 ‘인간 거짓말탐지기’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상대의 몸짓이 지닌 의미를 읽어내는 길잡이이자 현장 매뉴얼이다. 신체 부위별로 나누어 400개 이상의 가장 중요한 보디 랭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보디 랭귀지를 읽는 일의 의미를 다름과 같이 평가한다. “나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친구나 연인, 배우자를 이해하기 위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표현 또는 신호를 습득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행동하지 등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머리, 이마, 눈썹, 눈 등 모두 19개 신체 부위에서 자주 발견되는 제스처들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머리카락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누군가 더럽거나 헝클어지거나 뽑히거나 단정치 못한 머리카락 상태라면, 이는 건강 상태가 나쁘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팔짱 끼기에 대해서도 세상 사람들과 좀 다른 해석을 더한다. 많은 사람들이 팔짱 끼는 행동을 상대방을 멀리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편안하기 때문에 팔짱을 끼는 사람도 있고, 가슴을 가리기 위해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 말하면서 적당하게 몸짓을 사용하는 것은 단어를 기억해 낼 때 도움이 되고 상대방이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누구든 말할 때 적당한 몸짓을 섞는 일은 효과적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리를 꼬고 있던 사람들도 타인이 타자마자 순간적으로 다리를 푼다. 왜냐하면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드는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교차했던 다리를 푸는 것이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우리의 발은 그에게로 이끌린다. 상대에 대해 연애감정이 있다면 틀림없이 발을 슬쩍 닿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근거가 있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신경학적으로 발에 무언가가 닿으면 그 자극이 뇌의 마루엽에 있는 감각을 받아들이는 부위에 도달하는데, 이곳은 생식기를 통한 자극이 도달하는 부위와 매우 가깝다.”

누군가와 서서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방이 한쪽 발을 돌려 문쪽으로 향하게 한다면 이는 “그만 가봐야 할 시간이 되었다”라는 표시다. 이를 흔히 ‘의도단서’라 부르는데,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면 짜증이 난다. 대화에 열중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삶은 항상 뭔가를 읽어내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의도와 저의를 읽으낼 수 있다면 큰 이득을 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원이나 고객의 사소한 언행에서 뭔가를 읽어낼 수 있다면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작은 지혜와 경험 지식들을 잘 정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