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에 예비안전진단 통과 호재 겹쳐
서울 강남권 한강변 입지에도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묶여 저평가받았던 송파구 풍납동 주택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입주를 코앞에 둔 새 아파트는 신축 선호 현상에 입주권 시세가 두 달새 수억 원 치솟고,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을 통과한 한강변 아파트는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가가 1억원 가까이 뛰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6일부터 입주하는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풍납 우성아파트 재건축 단지) 전용면적 59㎡짜리 입주권은 지난달 12억8435만 원에 팔렸다. 8월 11억843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두 달 만에 2억 원 가까이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현재 시세는 13억 원 수준이다.
전용 75㎡와 84㎡짜리 입주권 시세도 각각 14억5000만 원, 16억~16억5000만 원 선에 형성됐다. 분양 당시보다 6억~7억 원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심해지면서 입주를 앞두고 대기 수요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해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풍납동 일대에 새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것도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풍납동은 1997년 이후 백제시대 유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문화재 발굴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는 풍납동이 강남3구인 송파구 한강변에 위치하는데도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저평가된 이유다.
풍납동 한 공인중개사는 “풍납동은 새 아파트 공급이 없었던 데다 올해 상반기까지 12억~13억 원대였던 인근 파크리오 전용 59㎡ 시세가 최근 15억 원을 넘었다”며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가 파크리오보다는 입지가 떨어지지만 신축 아파트여서 일부 집주인들이 파크리오의 같은 평형대와 가격이 맞춰질 때까지 매도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풍납동 미성아파트 매매가도 한 달 새 수천만 원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117㎡ 시세는 9억5000만 원대로 지난달 실거래가(8억7000만 원)에서 무려 8000만 원이 뛰었다. 미성아파트는 준공 34년 차 아파트로 지난달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예비안전진단은 재건축 첫 관문인 정밀안전진단으로 가는 직전 단계다.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맞은편에 있는 극동아파트 전용 80㎡ 매매가는 9억5000만~10억 원 선으로 한 달 전보다 2000만 원 정도 올랐다.
최근 서울 재건축 대장주들은 재건축 사업의 첫 문턱인 안전진단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가 예비안전진단에서 퇴짜를 맞았고,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부터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아파트가 낡았더라도 구조적으로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미성아파트는 재건축 첫 관문 앞에 설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내년 정밀안전진단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풍납동이 문화재 보존구역이라는 점에서 미성아파트 재건축 추진은 의미가 크다. 풍납동 문화재 보존구역은 크게 6권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4권역은 미성아파트를 포함해 한강극동ㆍ현대리버빌ㆍ현대ㆍ동아한가람 등 아파트가 조성돼 있지만 이미 문화재 층이 유실됐을 것으로 판단해 건축 행위가 가능하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성아파트 매물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풍납동 B공인 관계자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집주인들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해 물건을 내놓지도 않을 뿐더러 내놓았던 물건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며 “당분간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