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백남기 주치의, 유족에 4500만 원 배상”…피고 측 “사법부의 수치” 고성

입력 2019-11-26 16:04수정 2019-11-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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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유족들이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 이후 백 교수 측 법률 대리인들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종용 기자(deep@))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로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가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백 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측은 “사법부의 수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 부장판사)는 26일 백 씨의 유족들이 백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대병원과 함께 4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내린 화해권고 결정과 같은 판단이다.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사망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주치의인 백 교수의 의견에 따라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부 충격에 따른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다. 병원 측은 2017년 6월에야 백 씨의 사인을 ‘외인사’로 변경했다.

백 씨 유족은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가 배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결정문에서 “백 교수가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한 행위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망인이 경찰의 직사 살수로 쓰러진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했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고 하나 상태가 변하지 않았으므로 외인사로 기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으나 백 교수는 이에 불복해 의학적으로 다투겠다는 취지로 변론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백 교수에 대해 분리 선고했다.

이날 백 교수 측 대리인은 “그간 의학적ㆍ과학적 증거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의학적인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 3년이 지나 오랜 시간 심리를 했고, 화해권고 결정을 한 상태에서 1심에서 재개해 심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선고기일은 변론하는 시간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리인들은 “사법부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재판장 명예에 한평생 쫓아갈 것이다”, “과학과 의학을 무시하면서 법원이 재판할 권리가 있느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더불어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은 통상의 급성경막하 혈종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그 도중이나 직후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10개월 이상을 생존한 사안”이라며 “백 교수가 망인의 사망 원인을 심장쇼크사로 판단하고 병사 의견을 낸 것은 누구도 비난하기 어려운 적절한 의견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는 만큼 신속한 판단보다는 정확한 판단이 무엇보다 우선 시 하는 사건”이라며 “재판부가 백 교수 측에 사망의 진실을 밝힐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판결을 강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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