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제품 무덤 일본 노리는 韓 가전.스마트폰, 日 판치는 인니에 도전장 내민 '현대차', 아프리카 공략 'LS전선'
현대자동차는 최근 수년간 이어지는 중국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이 터줏대감으로 패권을 잡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외산 브랜드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온갖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LS전선이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이미 경쟁자들이 선점해버린 시장도 마다하지 않고 새롭게 개척하려는 것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계는 자국 제품이 판치는 일본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현지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G8X 씽큐(한국명 LG V50S 씽큐)를 선보였다. LG전자가 일본에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것은 작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압도적인 성능뿐 아니라 정제된 디자인을 자랑하는 LG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12~15일에는 일본 도쿄에 있는 이탈리아 가구업체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매장에 LG 시그니처 제품을 프리미엄 가구와 함께 전시했다.
삼성전자 또한 10월 갤럭시 노트10과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5G(5세대 이동통신)용으로 나란히 출시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2015년부터 일본에서 판매하는 갤럭시 스마트폰은 ‘삼성(SAMSUNG)’ 로고 대신 ‘갤럭시(GALAXY)’ 로고를 부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약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과감히 승부수를 던지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전 세계에서 연간 957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는 동남아뿐 아니라 중동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최근 8세대 신형 쏘나타가 중동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호평을 받으며 ‘제41회 사우디 국제 모터쇼’에서 ‘2020 세단 부문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이달 초에는 중동지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 ‘아라비안 드라이브’로부터 ‘젊은이들을 위한 최고의 세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만7332대를 판매해 토요타(13만7795대)에 이어 판매 2위 브랜드 자리에 올랐다. 올해는 10월까지 총 10만845대를 팔아 작년 대비 판매량을 62% 늘리며 1위 토요타를 뒤쫓고 있다.
아울러 국내 전선업계는 글로벌 틈새시장을 발빠르게 선점하며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로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이다.
대한전선은 쿠웨이트에 광케이블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남아공 가공케이블 생산법인 △사우디 HV(고압)급 전력기기 생산법인 등 중동ㆍ아프리카에 총 3개의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됐다.
LS전선은 중동 못지않게 전력 제품 수요가 높은 아프리카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달 이집트의 케이블 전문 시공사인 만 인터내셔널 컨트랙팅과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이집트는 도시화로 케이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최대 20%의 높은 관세와 물류비 등으로 국내 업체들이 수출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존에 잘하고 있는 사업을 더욱 확대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두산밥캣은 최근 유럽과 중동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사업 확대를 위해 체코 도브리스에 EMEA(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지역) 법인 신사옥을 마련했다.
체코 도브리스 EMEA 법인은 유럽·중동 소형 건설기계 시장의 생산거점으로 지난해 약 1만7000대의 제품을 생산해 7억6500만 유로(약 1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유럽 시장 판매 호조로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2만여 대의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같이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것 없이 가능성이 보이는 그 어떤 곳이라도 달려가야 한다”면서 “그곳을 이미 선점한 경쟁국가 브랜드와도 대결하겠다는 각오로 사활을 걸고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