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생 짜파게티, 트러플 업그레이드… 72년생 마요네즈는 마른안주용 신제품
경자년을 맞아 장수 상품이 많은 식품업계에서 쥐띠 해에 출시된 장수 식품에 시선이 쏠린다. 1984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에 출시된 ‘쥐띠’ 상품 중에서는 오랜 세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제품이 여럿 있다. 이들 제품의 장수 비결을 꼽자면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전 국민을 요리사로 만든 ‘짜파게티’는 1984년생이다. 짜파게티는 출시 후 올해까지 누적 72억 개가 판매됐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집에서도 먹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짜파게티는 짜장면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독특한 맛으로 소비자 사랑을 받아왔다.
31일 농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짜파게티 출시 35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짜파게티로 ‘트러플 짜파게티’를 선보였다. 트러플 짜파게티는 올해 2월 가수 화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직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조리법이다.
농심은 “수많은 레시피를 만들어내며 ‘모디슈머(평소에 친숙하게 먹던 음식들을 조합해 나만의 음식으로 바꾸는 것)’ 열풍을 이끈 것이 짜파게티의 인기 비결이라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가 선택하는 신제품 출시를 기획했다”며 “트러플의 맛과 향이 짜파게티를 한층 고급스럽게 포장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초코송이’는 1984년 출시 이후 초콜릿과 비스킷이 조화를 이루면서 버섯을 닮은 재미있는 모양으로 한 세대를 넘어서는 소비자들이 계속 찾는 맛이 됐다. 특히 초코송이는 2016년에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출시된 지 30년이 지난 제품의 ‘이례적인 선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리온은 올해 4월에 특유의 ‘펀(fun)’ 콘셉트를 살린 이색 신제품 ‘송이젤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입안에서 녹는 초콜릿의 달콤함과 오렌지맛 젤리의 쫄깃하고 상큼한 맛의 조화가 특징이다.
최근 일본과 대만 등에서 초콜릿 속에 젤리가 들어간 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의 SNS 인증 후기가 늘고 있는 점을 포착해 초콜릿과 젤리를 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제는 ‘네넴띤’이 어색하지 않은 팔도의 ‘비빔면’도 1984년생이다. 팔도 비빔면은 2018년 연간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는데 이 같은 성장의 비결은 액상 스프 제조 기술력과 높은 가성비 덕분으로 분석된다.
팔도는 2019년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계절면 성수기를 앞두고 ‘괄도네넴띤’을 500만 개 수량으로 제작해 한정 판매했다. 젊은층에 비빔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1020세대가 사용하는 야민정음(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대체 표기해 같은 단어로 인식하게 하는 일종의 글자 바꾸기 놀이)을 통해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한정 출시된 괄도네넴띤은 출시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완판됐고, 팔도는 7월 괄도네넴띤을 정식 출시했다.
쥐띠 해 상품의 ‘맏형’ 격으로는 1972년 출시된 오뚜기 ‘마요네스’가 있다. 식생활 서구화로 샐러드 섭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해 만들어진 마요네스는 출시 40주년을 맞은 2012년 약 100만 톤 판매를 돌파했다. 이는 5000만 명의 국민이 1인당 70개를 소비한 것과 같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오뚜기 마요네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2018년 말 ‘마른안주에 찍어먹는 마요네스’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에는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소이마요’를 출시했다.
‘마른안주에 찍어먹는 마요네스’는 맥주와 함께 안주로 즐기는 호프집의 비법 소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오뚜기 마요네스 특유의 고소함은 살리고 짭짤한 간장과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을 더한 게 특징이다.
‘담백한 소이마요’는 최근 국내 채식 인구의 급증 추세를 반영해 만들었다. 이 제품은 오뚜기 마요네스 제품 중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첫 제품으로, 계란 대신 콩을 사용해 고소함과 담백한 맛을 살렸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동덕여대 교수)은 “장수 제품의 경우 제품 자체가 실생활에 친근하게 다가오고, 폭넓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판매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여기에 더해 효과적인 네이밍 마케팅과 지속적인 브랜드 광고 등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