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부사관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할 것을 육군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21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군 복무 중 성전환 부사관 대상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에 대한 긴급구제의 건’을 의결했다. 긴급구제는 인권침해가 계속돼 이를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시 진정 사건 관련 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구제를 권고하는 조치다.
남성 군인으로 입대해 복무 중인 A 하사는 지난해 휴가 기간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군 병원은 A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고 군은 22일 '심신장애에 따른 전역심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A 하사는 법원에서 성별 정정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전역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관련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는 20일 인권위에 전역심사 연기를 권고해달라고 진정했고, 이번 긴급구제는 인권위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다.
인권위는 "현역 복무 중 성 전환자에 대한 별도의 입법이나 전례가 없고, 해당 부사관의 성전환 수술행위를 신체장애로 판단해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은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행위의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회부 절차는 피해자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될 수 있고 22일 열릴 전역심사위원회에서 전역으로 결정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 발생의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전역심사위원회를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규칙' 제4조에 따른 조사기한(3개월) 이후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육군은 예정대로 22일 A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연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가 강제성이 없는 만큼 법령에 따라 진행되는 심사위원회를 연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전역심사는 법령에 따라 의무조사를 한 뒤 열리는 것"이라며 "개인의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심신장애 등급이 나온 것을 두고 전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