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산 비중과 고용 비중 간 격차 큰 편…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져
한국 제조업의 특정 업종 쏠림현상을 완화하고 양질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의류, 식음료 등 저 기술 산업군에서의 연구개발(R&D)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술 수준별 제조업의 R&D 집중도와 성장률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중 ‘전기 및 전자기기업’의 생산 비중이 가장 높지만, 고용비중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먼저, 생산 비중과 고용비중 간의 격차(16.05%포인트)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편이다. 영국은 이 격차가 1.77%포인트, 프랑스는 4.82%포인트, 이탈리아는 1.9%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전체 제조업 중 생산 비중이 낮은 편인 의류, 섬유, 식음료 등의 고용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한경연은 평가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수준을 부담할 수 있는 업종에서는 그 생산 비중보다 적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수준이 높기 어려운 업종에서는 그 생산 비중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황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의 생산 비중과 고용비중 간 격차가 제조업종별 생산과 고용의 쏠림 정도(집중도)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 업종별 생산 비중과 고용비중의 집중도를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로 측정해 주요국과 비교했다. HHI 지수는 제조업을 13개 업종으로 나눠 얼마나 고르게 생산과 고용비중이 분포돼 있는지를 측정한 지표다. HHI 값이 클수록 쏠림현상(집중도)이 심함을 의미한다.
비교 결과 한국은 생산 비중 HHI와 고용비중 HHI 간의 격차가 주요국보다 상당히 큰 편으로 분석됐다.
한편, 보고서는 제조업을 기술 수준별로 △저기술 △중저위기술 △중고위기술 △고기술 4가지로 분류한 후 각 기술 수준별 대표적 업종에서 한국 상장기업과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R&D 활성화 정도(R&D 지출/매출액)를 비교했다.
보고서는 특히 대표적인 저기술업종인 가구, 의류, 섬유, 식음료 등에서 한국 상장기업의 R&D 집중도가 세계 주요 상장기업에 비해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R&D 집중도가 낮다는 것은 매출액 대비 혁신 활동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고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기술산업군이라고 해서 무시해도 되는 산업이 아니다”라고 덧붙이면서 “의류, 가구, 식음료 등 저 기술 업종에서 세계 상위권 기업들은 대부분 선진국 기업들이다”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의류, 식음료 등 저 기술 업종에서 상당한 고용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들 업종에서 혁신 활동이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흔히들 혁신성장을 얘기할 때 소위 첨단산업만을 고려하고 저 기술 산업은 암묵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한국의 고용구조를 볼 때 이들 저 기술 산업을 배제한 혁신성장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