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보다 1억 이상 비싸게 팔리기도… 규제 비켜난 것도 한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아파트 경매시장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이 거래 감소와 가격 하락에 꽁꽁 얼어붙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경매 매물이 나오면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수원법원지방 안산지원 경매2계에서 경매 진행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두산위브' 아파트(전용면적 85㎡)는 4억8398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보다 무려 1억3000만 원 높은 값이다. 48명의 입찰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6%에 달했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호수공원아파트 전용 87㎡도 감정가보다 6000만 원 비싼 4억1399만 원(낙찰가율 117%)에 새 주인을 찾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정했던 경매법원이 지난달 16일을 시작으로 문을 연 이후 안산시를 비롯해 군포ㆍ남양주ㆍ시흥ㆍ의정부시 등 경기권 비규제 지역 경매 아파트들이 높은 가격에 줄줄이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2·20 부동산 대책의 대표적인 '풍선효과' 지역인 인천에서도 경매 열기가 뜨겁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115㎡형은 최근 감정가보다 1억2000만 원 비싼 5억6219만 원(128%)에 낙찰됐다.
규제지역도 경매가 열기가 달아오르긴 마찬가지다. 남양주시 별내동 남광하우스스토리 전용 124㎡형과 104㎡형은 모두 104%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안양시 만안구 한솔아파트 전용 84㎡형 낙찰자는 감정가보다 1000만 원 높은 3억1020만 원(103%)을 입찰가로 써냈다.
2·20 대책으로 전체 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버린 수원시 아파트 경매시장도 들끓고 있다. 영통구 두산아파트 전용 59㎡형은 감정가보다 1억 원 비싼 3억7089만 원에 낙찰됐다. 권선구 금곡동 일신건영 전용 84㎡형 낙찰가율도 119%에 달했다. 감정가보다 5000만 원 높은 3억 원에 낙찰된 것이다.
특히 이달 낙찰가율 상위 10곳에 이름을 올린 아파트 경매 물건은 모두 유찰없이 새 주인을 찾았다. 경매시장에 물건이 나오자마자 응찰자들이 소위 '간'을 보지 않고 낙찰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부동산 규제 여부를 막론하고 수도권 사방에서 경매 열기가 들끓는 건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감정가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법원 경매시장에 대기 중인 수도권 아파트 물건의 감정가는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매겨졌다. 12·16 대책의 풍선효과로 수원이나 인천 등 비규제지역 집값이 최근 크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현 시세보다 가격이 현저히 낮은 셈이다.
실제 안산시 초지동 두산위브 전용 85㎡의 경매 감정가는 3억5700만 원지만 이달 실거래는 1억 원 이상 높은 4억7500만 원 수준이다. 인천 구월동 롯데캐슬골드 전용 115㎡ 역시 감정가(4억4000만 원)와 이달 실거래가(5억3000만 원) 차이가 1억 원에 달한다.
경매시장이 정부의 규제 영역 밖에 있다는 점도 원인이다. 그동안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31곳에서 3억 원 이상의 주택을 일반 매매거래할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곳이 조정대상지역 등 45곳으로 늘었다. 일반지역에서도 6억 원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땐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를 경매로 매입할 경우 이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락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하위 개념이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고스란히 적용돼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가능성이 있지만 자금 조달 규제 강화는 적용받지 않는다"며 "경기 둔화 가능성에 서울ㆍ수도권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지고 있지만 경매 아파트 감정가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달궈진 수도권 아파트 경매 투자 열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대가 서울 집값 대비 상대적으로 낮아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입찰 경쟁 역시 치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 연구원은 "경매는 명도(집에 살고 있는 점유자를 내보내는 일)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개발사업 및 교통 여건 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도 적지 않은 게 경매 투자"라면서 "감정가가 싸다고 무조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