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효과와 신차 앞세워 내수 선방…현대차 해외 판매 21% 이상 급감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약 15% 급감했다.
내수 시장에서 개소세 인하와 신차 효과를 누린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소비심리 위축과 공장 휴업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차업계의 위기는 4월부터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완성차 5사가 발표한 지난달 글로벌 판매는 59만7826대로 지난해 3월(70만2470대)보다 14.9% 감소했다.
쌍용차를 제외한 완성차 4사는 내수시장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또는 신차 효과를 누리며 선방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장 휴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3월 실적이 공장 휴업에 따른 판매 급감이라면 본격적인 소비심리 위축은 4월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먼저 현대자동차 글로벌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감소했다. 국내 판매가 신형 그랜저 효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과 달리, 해외 판매는 무려 26.2%나 줄었다.
내수판매는 그랜저IG 부분변경 모델이 1만6600대가 팔리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그랜저 판매는 1만7247대를 기록했던 2016년 12월 이래 3년 3개월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줄어든 23만6323대에 머물렀다. 유럽과 미국공장 휴업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기아차는 신차 효과를 앞세워 국내에서 선방했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상대적으로 실적 내림세가 적었다.
국내에서는 부품수급 차질과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5.3% 증가한 5만1008대를 기록했다. 신형 K5와 쏘렌토 등 신차 효과 덕이다. 기아차가 국내 판매 5만 대를 돌파한 것은 2018년 4월 이후 23개월 만이다.
이와 달리 해외 판매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1.2% 감소한 17만5952대에 머물렀다.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해외판매 급락세가 적었던 이유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차종 노후화로 부진을 겪기 시작했다.
한국지엠도 내수를 끌어올렸으나 수출에 발목 잡혔다.
지난달 내수판매는 전년 대비 39.6% 증가한 8965대에 달했다. 반면 수출은 20% 넘게 급락한 2만8953대에 머물렀다.
내수판매 증가는 2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트레일블레이저 덕이다. 3월 한 달간 총 3187대가 판매되며 내수 판매를 견인했다.
반면 20.8%나 줄어든 수출은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소비심리 위축 여파를 일찌감치 받기 시작한 탓이다.
내수에서 신차효과를 누린 대신, 해외에서 부침을 겪은 것은 르노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에서도 출시된 수출 전략차종 XM3가 내수 판매를 이끌었다. 덕분에 내수에서 1만2012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83.7%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효자 모델은 아직 수출에 나서기 전이다. 그 탓에 지난달 르노삼성의 수출은 3008대에 머물렀다.
쌍용차는 완성차 5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6860대(-37.5%), 수출을 통해 2485대(-4.6%)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체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 감소한 수치다.
내수에서 신차가 없는 데다 수출길 역시 유럽에 집중되다 보니 코로나19 여파에 판매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시장 위기는 4월부터 시작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3월까지 부진이 공장 휴업 탓이었다면 4월부터는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중국과 유럽, 미국 등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기업지원과 양적 완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3월 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및 일본차에게 유리한 미국 연비규제 강화를 철폐했다. 때문에 연비가 불리한 미국차들은 당분간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부진은 부품사로 확산 중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조사에 따르면 일부 부품사는 5월부터 10일 이상 공장휴업, 임금 지급 유예 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의 부침에 따라 주요 부품사의 3월 매출은 최대 30%까지 감소했고, 4월부터는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