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나왔다고 발표한 날에도 사람들은 강남 유흥업소로 향했다

입력 2020-04-08 15:42수정 2020-04-0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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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터질 게 터졌다.'

강남에 있는 한 대형 유흥업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강남구 44번째 확진자인 A(36·여) 씨가 확진 직전에 유흥업소에서 9시간 정도 일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전부터 유흥업소가 코로나19 사태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암암리에 영업하던 곳이 대다수인 상황.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코로나19' 확진자 나왔다고 발표한 날, 종업원들은 출근을 준비했다

강남 유흥업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나온 7일, 기자는 오후 7시께 강남대로에서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이곳은 '유흥업소의 메카'로 불리는 논현동과 인접하고, 24시간 미용실이 즐비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출근 전 들르는 곳이다. 대개 오후 5시께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그들은 이 시간이 아침이다.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과 화장을 받고 옷을 갈아입기 때문에 민낯에 간편한 복장으로 나오는 사람도 많다.

비상이 걸릴 법도 한 상황이지만 종업원들은 이날도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미용실에는 젊은 남녀가 화장을 받느라 분주했다.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며 웃음꽃을 피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여파 때문인지 종업원을 실어나르는 불법 무면허 차량과 홍보 전단지(일명 지라시)는 크게 줄었다. 대신 종업원을 미용실에 내리고 태우는 고급 외제 차는 여전히 활발히 움직였다.

확진자 발생 이후 임시휴업에 들어간 유흥업소도 많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영업을 강행했다. 기자가 논현동과 역삼동에 있는 룸살롱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영업하는지 묻자 "영업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손님은 다소 줄었지만 올 사람은 온다며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버린 채 갈 길을 재촉했다. 한 여성 종업원은 "심각해지면 영업을 안 하겠지. 따로 들은 말이 없어서 오늘도 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짧게 답했다.

남성이 많이 찾는 룸살롱보다 타격이 큰 곳은 호스트바(호빠)다. 실제 미용실에 있는 남성이 눈에 띄게 적었다. 호스트바를 찾는 사람은 대다수가 여성인데 코로나19 이후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손님이 줄었다는 건 지명 받을 확률도 낮아지는 의미. 그렇지만 월세나 외제 차 차량 유지비가 많아 일을 쉬기 부담스럽다고 귀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에도 '룸살롱 계' 만들어 유흥업소 가는 일부 남성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비슷하다. 유흥업소가 영업을 해서 가는 것인지, 가는 사람이 있어서 영업하는지 알 길이 없다. 확실한 건 둘 다 코로나19 확산에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남성들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룸살롱이나 노래방 등에서 술을 먹거나 회식을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시후(30·가명) 씨는 "회사에서 몇몇 남자 직원끼리 '룸살롱 계'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그곳에서 술을 마신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도, 룸살롱을 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봤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회사 역시 코로나19 사태에도 접대부가 나오는 노래방에서 회식했다. 건설회사 본사에서는 회식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지역 공사 현장에서는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 건설회사 직원 이진환(29·가명) 씨는 "지역 공사 현장은 소장의 권한이나 입김이 강해 회식한다고 하면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 "아저씨들은 여자 나오는 노래방에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코로나19에도 회식을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무료한 사람끼리 모여 노래방으로 가는 일도 잦다고 했다.

▲강남역 인근 길거리에 뿌려져 있는 홍보 전단지. 코로나19 확산에도 홍보에 열을 올렸다. (홍인석 기자 mystic@)

◇유흥업소에 칼 빼 든 서울시 "유흥업소 19일까지 영업 정지"

서울시가 끝내 유흥업소에 칼을 꺼내 들었다. 종사자들은 생계를, 손님들은 스트레스를 풀러 간다는 이유로 사람이 몰렸고, 확진자까지 나왔기 때문.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8일)부터 영업 중인 룸살롱, 클럽, 콜라텍 등 422개의 유흥업소에 대해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다"며 "유흥업소들은 자동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 영업장소들에서 밀접접촉이 이뤄지고 있고 7대 방역수칙을 지키기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홍대 인근의 클럽과 강남을 중심으로 한 룸살롱, 유흥주점, 콜라텍들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어 집합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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