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 등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구축효과’ 우려가 제기된다. 구축효과란 정부지출 증가로 민간부문의 투자가 감소하는 현상이다. 채권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회사채 시장이 되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해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 규모는 총 89조4000억 원으로 고용안정특별대책 10조 원,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 원, 금융안정 추가지원 35조 원에 소상공인 대출 추가자금 4조4000억 원 내외다.
채권시장의 관심은 정부의 적자국채 발행 계획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1차 추경(10조3000억 원)과 3차 추경(9조3000억 원)에 더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용(3조 원 내외) 등까지 약 30조 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간산업안정기금(40조 원)은 정부가 보증하는 준정부채이기 때문에 국고채 시장에 직접적인 공급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한금융투자 김명실 연구원은 “기간산업안정기금채권 40조 원이 발행될 경우 국고채 시장 발행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실제 시장에 조달된 후 2~3개월간 적응 과정 속 수급 부담 역시 금리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지원 사각지대였던 저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및 단기사채 매입을 위해 20조 원이 새로 설정된 것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유동성 규모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B투자증권 허정인 연구원은 “신용등급 A 이하 무보증 회사채와 A2-이하 CPㆍ전단채 잔존액이 각각 38조9000억 원, 11조5000억 원”이라며 “현실적으로 20조 원 규모의 한은 대출이 한꺼번에 실행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이 적극적인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채 발행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국고채를 직접 매입하고, 또 기업 자금 조달에 필요한 유동성을 일정 규모 이상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한은이 단순 매입을 통해 5조 원 내외 정도로 국고 공급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또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기간산업안정기금 20조 원에 회사채ㆍCP 매입 10조 원 정도를 지원해야 시장금리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