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7채 중 324채 토지허가 대상서 제외…대지지분 3.3㎥당 2억으로 '껑충'
국토교통부가 서울 용산구 용산역 정비창 일대 투기를 잡겠다며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지 닷새가 지났다.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규제 빈틈을 찾아 나섰다.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벗어난 부동산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국토부는 20일 자로 1년 동안 용산역 정비창 일대 0.77㎢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비창 부지는 물론 주변 한강로와 용산로, 이촌동의 재건축ㆍ재개발 구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용산역 정비창 일대에 주거단지와 상업ㆍ업무시설을 갖춘 '미니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국토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술렁였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거지역에선 18㎡, 상업지역과 녹지지역에선 각각 20㎡, 10㎡가 넘는 토지를 취득할 때 토지이용계획서를 제출,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 허가를 받도록 했다. 주택을 취득할 땐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하고, 이 기간 동안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문제는 여기서 빠지는 소형 필지다. 용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필지 1774개 등기부와 토지대장ㆍ건축물대장을 분석한 결과, 구역 안에 있는 주택 2077채 중 적어도 324채가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지분이나 가구당 토지 면적이 토지거래허가제에서 정한 기준 면적에 못 미치는 주택들이다.
규제가 가장 힘을 못 쓰는 곳은 한강로1가 삼각맨션 재개발 구역이다. 구역 내 주택 130채 중 54채(41.5%)가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진다. 주변 부동산시장에선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추진 과정에서 생긴 후유증이라고 본다. 한강로1가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년 전에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지분 쪼개기용으로 다가구와 원룸이 워낙 많이 들어왔다"며 "그때 생긴 물량 중 일부가 이번에도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촌로를 두고 정비창 부지와 마주보고 있는 이촌동 이촌1재건축구역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529채 가운데 365채(69.0%)가 허가 대상이고 나머지 164채는 아직 허가나 실거주 의무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이촌동 B공인 관계자는 "이쪽엔 40년~50년 전에 들어선 노후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이 많다"며 "대부분 대지지분을 적게 잡아서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곳곳에 빈틈이 생기니 이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투자 수요도 많다. 허가를 받을 필요도, 실거주를 할 필요도 없어서다. 이촌동 C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지는 소형 주택은 대부분 오래돼 비도 새고 살기 힘든 집"이라며 "실거주 의무가 없으니 세를 주고 개발을 기다리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촌1구역 내 노후 다세대ㆍ다가구주택 소유주 중 절반가량은 외지인이라고 가늠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뛰고 있다. C공인에 올라온 대지지분 13.7㎡, 공급면적 40㎡짜리 이촌1구역 다세대주택은 정비창 개발이 발표된 직후 호가가 5000만 원 올랐다. 건물주는 원래 7억 원에 물건을 내놨지만 개발 호재에 7억5000만 원으로 가격을 높여 잡았다. 대지지분이 각각 13.2㎡, 16.5㎡인 부동산도 7억 원, 6억7000만 원까지 값이 올랐다. 지분값이 3.3㎡당 2억 원을 바라보는 수준이다.
풍선효과(규제가 강화로 비규제 분야가 커지는 현상)가 감지되면서 당국 잣대는 엄격해지고 있다. 애초 인근 부동산시장에선 이촌동 중산1차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서울시에 낸 토지매수신청서를 바탕으로 전체 228채 중 전용면적 39㎡형 24채와 49㎡형 60채가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용산구는 39㎡형만 토지거래허가제 제외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정우진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아직 용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투기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빠지는 소형 필지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 증빙 등 실거래 조사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