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부각에 코스피 뒷걸음질…“2분기 실적 상향 종목 유일한 헤지 수단”
돈의 힘으로 오른 국내 증시가 최근 한풀 꺾이면서 실적 모멘텀을 가진 상장사들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증시 상승세를 발목 잡는 상황일수록 실적 개선이 돋보이는 개별 종목들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상승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최근 조정 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최근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이 기간 7.51% 하락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9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2000선에서 2200선에 단숨에 근접한 코스피 지수가 최근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앞서 세계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경기 부양과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이에 코로나19 여파에 침체한 실물 경기를 남겨두고 증시는 돈의 힘으로 위태로운 상승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가려졌던 경기 침체 상황이 다시 부각되면서 증시는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국내 증시도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폭락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IBK투자증권 김예은 연구원은 “사실 펀더멘털만 보면 지수와의 괴리가 컸기 때문에 언제든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풍부한 유동성은 여전히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나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레벨에 대한 부담, 기대감만큼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 않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숨 고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무뎌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옮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업종별 키 맞추기 장세가 마무리되면서 어려운 경기 환경에서도 실적을 내는 기업들이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컨센서스를 형성한 상장사는 총 192개사다. 이 중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컨센서스가 1개월 전보다 상향된 종목은 39개사였다.
농심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8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4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개월 전 추정치 대비로는 63.1%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기업 씨젠은 2분기 영업이익이 1741억 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실적 대비 무려 3649.4%, 1개월 전 추정치 대비 34.0% 증가한 규모다.
이밖에 증시 거래대금 증가 수혜를 입은 키움증권(32.8%)과 LG이노텍(32.8%), 에코마케팅(23.6%), 셀트리온헬스케어(21.5%), 실리콘웍스(12.8%), 화승엔터프라이즈(11.3%), 대상(11.2%), CJ제일제당(10.4%), 웹젠(9.0%), LG화학(9.0%), 더블유게임즈(8.3%) 등이 1개월 전보다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다.
하나금융투자 이경수 연구원은 “현재 소수의 2분기 실적 상향 종목은 시장을 헤지(위험 분산)하는 유일한 투자 수단”이라며 “실적 모멘텀이 있는 이들은 대체 불가능한 희소성 측면과 함께 당분간 지속할 ‘지수 매도(Short), 알파(시장 수익률 상회 종목) 매수(Long)’ 콘셉트에서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