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비웃는 시장… 서울 아파트 '신고가 행진'

입력 2020-06-28 17:00수정 2020-06-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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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대책 전으로 되돌아간 서울 매수심리… '서울로' 역풍선효과까지

서울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나돌 정도록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큰데다 치솟는 전셋값이 서울 매매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규제지역 확대로 매매수요가 서울로 다시 진입하는, 일종의 '역풍선효과' 영향에 서울에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매수지수 139로 '최고'… '팔자'보다 '사자' 더 많아져

28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39.1을 기록했다. 2018년 9·13대책이 나오기 이전인 9월 10일(168.9) 기준 통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매수우위지수가 기준선인 100 미만이면 집을 팔려는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을 넘으면 집을 사려는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강남지역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131.8에서 137.8로 더 상승했다. 지난 1월(20일 기준) 100이하로 떨어진 이후 이달 초 5개월 만에 기준선을 회복한 수치는 6·17대책으로 서둘러 WLQ을 사려는 매수자들이 쏟아지면서 오름세를 보였다. 강북지역은 140.5까지 치솟았다.

KB부동산 황재현 팀장은 "지난주 서울 매수문의가 급증하면서 이후 매수우위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6·17 대책 발표에 서둘러 계약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온 매물이라도 급하게 잡으려는 움직임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이 나온 후에도 여전히 강세다. 대책 직전 0.07%(한국감정원)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대책 직후에도 0.06% 상승하며 큰 반응을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선 시중에 나온 매물을 하루라도 빨리 잡으려는 매수세가 거세다. 강북구 미아동에선 지난 15일 8억500만 원에 거래된 래미안 트리베라1단지 전용 84㎡ 호가가 최근 8억5000만~8억800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에선 지난 23일 전용 59.28㎡가 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달 초 거래가격(6억1500만 원) 대비 3500만 원 오른 값이다.

미아동 H공인 대표는 "전세난이 심화되니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인근 경기권에 대한 규제 강도까지 세지면서 차라리 서울에서 집는 사는 게 낫다는 '역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는 게 아니겠나"라며 "매물 씨가 마르면서 호가는 높아지는데 이를 잡으려는 매수자는 꾸준해 집주인이 매도를 보류하거나 호가를 높이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이 단지 전용 84㎡도 9억 원을 찍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가 높이거나 매도 보류 늘어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인 뒤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던 강남은 6·17대책 막차수요가 거래를 마친 뒤에도 매수 문의가 꾸준하다.

최근 잠실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리센츠에선 전용 84.99㎡가 지난 22일 23억 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였던 22억 원(4월)보다 무려 1억 원 높은 값이다.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97㎡는 지난 19일 28억5000만 원에 팔려나갔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6·17 대책 직후 대치동 일대 아파트는 앞으로 희소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축제 분위기였다"며 "호가를 높여도 거래로 이어지니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릴 조짐은 커녕 더 높일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가 각 종 개발 호재로 시장 과열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하며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지만 오히려 '급등할 곳'으로 찍어준 모양새가 됐다고 이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주변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도 감지된다. 잠실 옆 신천동의 파크리오아파트에선 전용 144㎡가 지난 26일 22억4000만 원에 팔렸다. 올들어 최고가다. 대책 직전 최고가는 22억1000만 원(6월13일)으로 불과 보름만에 3000만 원이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집값을 불을 지른게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적지 않다.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되레 오르는 집값에 조만간 추가 대책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하지만 전세난 심화와 넘치는 유동성, 규제 내성 등으로 그 실효성엔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여 연구원은 "눈치보기 장세에 따른 가격 강세가 지속되면 규제 지역 확대나 세부담 강화 등 추가 규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지만 규제 내성이 커진 데다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어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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