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3조 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지난 6월 사내 포털 사이트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서다. 한 달이 조금 지났지만, 빈말이 아니었다. 스카이레이크와 두산솔루스 지분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비롯해 두산타워와 두산건설, 두산모트롤BG 매각작업도 순항 중이다.
노딜과 매각 지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인수합병(M&A)시장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이 무산된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까지 ‘노딜’ 우려가 커졌다.
재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를 갖추기 위한 박 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 덕분으로 평가한다. 지배 및 사업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박 회장의 ‘뉴 두산’에 자본시장도 주목한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두산솔루스, 두산중공업 등의 두산그룹주가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MOU를 체결했다.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44%)이 보유한 두산솔루스 지분 61%의 매각가는 7000억 원 내외로 예상된다. 클럽모우CC도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1850억 원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산타워와 두산건설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산타워는 마스턴투자운용과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매각가격은 8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두산건설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을 선정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예상가격은 2000억~4000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언급된 계열사와 자산의 매각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은 1조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두산그룹은 그룹 내 알짜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핵심 사업부인 두산모트롤BG 사업부 매각작업에도 착수했다. 최근 두산그룹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안내서(티저 레터)를 배포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매각가는 7000억~80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모트롤BG도 최근 본입찰에 중국 국영기업인 서공그룹(XCMG)과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NH투자증권PE-오퍼스PE 컨소시엄 등 3~4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큰 그림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계열사를 파는데 장기전이 예상되는 데다 두산밥캣이 빠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두산모트롤BG는 원매자 측과 두산그룹에 가격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은 몸값을 최소 4000억~5000억 원대 수준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FI의 경우 3500억~4000억 원 수준을 보고 있다. 또 유력 인수후보자로 꼽히는 중국 서공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경우 노조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매각 절차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매각 계약 체결로는 3조 원 을 채우긴 여전히 부족하다”며 “자구안 이행을 위해서는 남아있는 핵심 계열사와 사업부 매각의 거래 성사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