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건전성 악화ㆍ기존 보험자 반발 우려도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안전망 강화'의 최우선 과제인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추진을 본격화한 가운데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을 고용보험에 편입시키고, 고용보험료 징수 체계를 어떻게 할지가 최대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노동자 실직 시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원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2025년까지 취업자 2100만 명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첫걸음으로 고용부·기재부·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테스크포스(TF)인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이 지난달 31일 구성됐다.
기획단은 관계부처 간 소득정보 공유체계 구축을 통해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연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일부 자영업자 등을 순차적으로 고용보험 가입자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부가 로드맵 마련을 위해 소득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을 가지고 고용보험 편입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근로 장소, 근로시간(상용), 근로일(일용) 등에 따라 적용 및 기여 요건이 따로 설정돼 있었다. 이를 충족하지 않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을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을 통해 근로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취업과 실업의 경계가 모호하고 근로시간과 근로일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모든 취업자의 소득을 매월 파악해야 고용보험 확대 적용하는 것이 용이하다"며 "소득지급자 신고 체계를 개선하면 소득 파악은 어렵지 않다. 실소득을 파악하면 자영업자에게도 근로자와 동일하게 고용보험 적용이 가능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내년부터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을 목표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 고용부가 우선적으로 전속성(사업주에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이 비교적 강한 산재보험 적용직종 14개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소득과 관련이 있다.
14개 직종은 보험설계사, 건설기계조종사, 학습지교사, 골프장경기 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재보험 적용 14개 직종의 경우 사업주와 특고의 소득 확인이 쉽기 때문에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를 추려 내는 것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료 부과 체계도 소득에 따라 손질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전년도 소득을 바탕으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균등하게 매월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월별 보수 변동이 크고, 사업주를 찾기가 어려운 특고,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에게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특고 등에 대해 소득 기준에 따라 차등적인 부과 요금을 설계하고, 보험료 요율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특고 등이 매월 소득을 자진신고하고 소득세와 고용보험료를 징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특고를 비롯한 모든 취약계층을 고용보험 가입자로 편입시키면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 악화와 기존 근로자의 고용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실업 위험이 큰 취약 계층이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실업급여 지출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기금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기존 근로자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소득 확인 등을 통해 고용보험 적용이 가능한 취약계층의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기금 감소 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기금을 보전해준다는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