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2주연속 0.02%…강남권, 7·10대책 6주만에 보합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두 주 연속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강남 아파트값은 이미 상승세를 멈췄다. 고강도 규제가 담긴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이 변곡점에 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60주 연속 치솟는 전셋값과 30대의 추격매수, 풍부한 유동성 등 집값을 자극하는 요인들에 가격이 쉽게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실제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아파트값이 9억 원을 넘기고 보증금 5억 원이 넘는 전세가 나오는 등 혼란스런 모습이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상승했다. 7·10 대책 이후 상승폭을 줄이던 집값이 2주 연속 같은 상승률에 머물러 있다. 부동산114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0.09%로 3주 연속 멈춰서 있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0%)으로 내려앉았다. 7·10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6주 만이다.
6·17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주택자를 겨냥한 강도 높은 규제책인 7·10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꺾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 주택 매수세는 지난달 한껏 달아올랐다.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둘러 집을 사려는 30대의 '패닉바잉(공황 구매)' 영향이 컸다. 실제 30대의 지난달 아파트 매입 건수는 5345건으로 올들어 최고치이자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1만6002건)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그러나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날 기준 1057건으로 거래 절벽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거래 신고기간이 아직 한 달 넘게 남은 점을 고려해도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대의 패닉 바잉이 일단 진정된 것으로 판단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지금까지 큰 대책을 발표한 이후 8주 정도 갔을 때 효과가 나타났다”고 집값 안정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2018년 9·13 대책이 나온 뒤 서울 아파트값은 9주 만에 하락전환 했다. 지난해 나온 12·16 대책이 서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진 약 15주가 걸렸다. 일각에선 주택시장 관망세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과거 대책 발표 이후 나타났던 흐름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도 집값 하향 안정에 가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가중된 전세난이 매매시장까지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사상 최저 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으로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실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선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9억 원을 넘기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전셋값도 5억 원을 뛰어넘을 만큼 가파른 상승세가 여전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최근 정책은 단기적인 급등세를 둔화시키고 거래시장을 환기하려는 의미가 강했다”며 “6·10, 7·10 대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지만 매물이 당장 늘어나기 어려운 데다 저금리와 유동자금, 앞으로 나올 토지보상금 등으로 집값이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매시장이 이분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초고가 아파트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수요 심리 위축에 거래가 줄어 결국 상승세를 멈출 것”이라며 “반면 중저가 아파트는 30대의 패닉바잉이 계속 지어지고 있어 강보합이나 상승세를 보이며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