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등 30건 처리…내년 정식 조직화 여부 촉각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한 축인 공정경제를 대표하는 '재벌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22일로 출범 3년을 맞는다.
기업집단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며 그동안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와 부당지원 등 30건의 사건을 처리해 1500억 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5명을 고발했다.
20일 공정위와 업계 등에 따르면 기업집단국이 2017년 9월 22일 출범한 후 3년간 30건의 불공정행위 사건을 처리해 부과한 과징금은 총 1506억 원이다. 또 법인 38곳과 총수 일가를 비롯한 개인 2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기업집단국의 첫 제재 사건은 하이트진로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 건이다. 2018년 1월 기업집단국은 하이트진로가 이른바 '맥주캔 통행세'로 총수 2세에 100억 원대 부당지원을 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07억 원을 부과하고, 총수 2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대림, 효성, 태광, 미래에셋, SPC, 금호아시아나 등 재계 주요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지원을 적발해 수십·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리고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사건은 기업집단국이 출범 후 가장 주력한 분야다. 기업집단국 신설 이전인 2016년부터 2017년 8월까지 4건에 불과했던 일감 몰아주기 사건 제재는 신설 이후인 2017년 9월 이후 11건으로 늘었다.
그동안 물린 1506억 원의 과징금 중 95.9%인 1445억 원이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대한 과징금이었으며, 고발한 법인 38개 중 32개, 개인 25명 중 21명이 일감 몰아주기 사건 당사자다.
현재 기업집단국은 삼성, SK 등 주요 대기업 내부거래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재벌그룹의 부당 내부거래를 감시 및 제재하는 기업집단국의 전신은 1992년 설치된 공정위 조사국이다. 조사국은 재계의 '직권조사가 과도하다'는 반발에 2005년 조직 개편 때 사라졌다.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대기업 조사 전담 조직 부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업집단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출범 3년이 지난 현재 기업집단국은 총 정원이 54.5명 정도이며 기업집단정책과(13.5명), 지주회사과(11명), 공시점검과(11명), 내부거래감시과(9명), 부당지원감시과(9명) 등 5개 과를 산하로 두고 있다.
다만 기업집단국은 한시 조직으로 내년에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를 결정 짓는 행정안전부의 조직 평가 결과에서 정식 조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과거 조사국처럼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기업집단국의 대기업에 대한 제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내년 평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실적 쌓기'를 위해 무리한 조사로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일감 몰아주기 사건 심의 결과가 차례로 나온 것은 '실적 쌓기'가 아니라 기업집단국 신설 후 착수했던 사건 조사가 마무리돼 올해 차례로 그 결실을 보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당한 내부거래는 재벌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독립·중소기업 시장진입 차단 등의 폐해가 동반된다는 점에서 이를 엄중히 제재하는 것은 공정위 본연의 임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