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가부장제 극복에 노력
호주제 폐지 등 한국 여성 인권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4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이효재 교수는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불린다. 90년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으며, 2005년 호주제 폐지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제 도입에 큰 역할을 했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 운동, 부모 성같이 쓰기 운동에도 나서며 여성 인권에 이바지했다.
이효재 교수가 여성 문제에 눈뜨게 된 건 어린 시절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효재 교수는 아버지 이약신 목사가 당시 마산에서 고아와 홀어머니를 위한 보육시설 희망원을 운영했다. 이효재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 있던 여성들을 보며 여성과 교육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미국 유학을 마친 뒤 이효재 교수는 본격적으로 국내 여성학 연구에 앞장섰다. 이화여대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공부를 마친 1958년, 이화여대 사회학과 개설을 주도했다. 이후 한국 상황에 맞는 여성학 이론을 연구하며, 1977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 여성학과 설치를 이끌었다. 국내에 처음으로 생긴 여성학과였다.
고인은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초창기 여성운동을 이끌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90년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데 이바지했다. 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호주제 폐지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제 도입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사회학자로서 ‘분단사회학’을 개척해 분단이 사회와 여성 문제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기도 했다. 1997년 은퇴 후에는 경남 진해로 내려가 지역 여성들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을 운영했다. 2013~2015년엔 제주도에 머무르며 평화와 생태 문제에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효재 선생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면서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딸 이희경 씨, 동생 이은화(전 이화여대 교수)·효숙·성숙 씨가 있다. 이 명예교수의 공동장례위원장으로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희 국회부의장,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장하진·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80명이 참여한다. 장례는 여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 VIP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 오전 8시,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