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방안'에 "실효성 떨어져" 지적…정부 "기준 변경, 5년 뒤 시행 불가피"
정부가 5일 발표한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합재정수지를 쓰면 재정적자가 줄어 결과적으론 기준선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지금껏 국제기준인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재정건전성 지표로 활용해왔다. 국민연금 등 가입자 대비 수급자가 적은 사회보장성기금에서 발생한 흑자가 재정수지 적자를 메워 재정적자가 작게 보이는 착시를 만들어내서였다. 실제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59조5000억 원 적자였는데,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21조 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통합재정수지는 적자 폭이 38조5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김 교수는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하로 유지하는 것도 국내 특수성을 고려하면 느슨하다”며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국가채무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부채 규모가 큰데, 국가채무는 기준선을 하회해도 공공부문 부채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재정준칙을 5년간 유예한 후 2025년부터 시행하는 것이다. 이는 준칙의 일관성·실효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건 한마디로 표현하면 ‘하나 마나’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초반에 준칙을 잘 잡아야 하는데, 2025년까지 유예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 정권에선 다 피해가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에 재정준칙을 시행하면, 다음 정권에서 준칙이 또 달라져 구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재정준칙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위기대응 과정에서 재정 역할의 강화는 불가피하게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악화를 가져오고, 이러한 조치의 재정적 파급영향은 당해연도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수년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그 재정적 충격과 파급영향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통상 일정 기간 대응·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지표를 관리재정수지에서 통합재정수지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선 사회보장성기금 흑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첫째, 국제기준을 쓰는 게 더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쉽고, 두 번째로 관리목표로 볼 때 이미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4%대에 가 있어서 이것을 3% 이내로 줄인다는 목표에선 통합재정수지나 관리재정수지가 큰 차이가 없다”며 “통합재정수지가 이해하기 쉽고,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재정수지를 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