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고질적인 재고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주목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자금을 미리 조달 받는 방식이다. 패션기업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들에게 미리 투자를 받고 투자 목표금액을 달성하면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 제작보다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고가 쌓이는 문제까지 해결 가능하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 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는 지난해 리워드형 펀딩(투자자가 후원금을 주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펀딩)의 패션ㆍ잡화 분야에서 전년 대비 217% 오른 235억 원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연도별 와디즈 펀딩 내 패션/잡화 카테고리 누적 펀딩액을 보면 2018년 74억 원, 2019년 235억 원에 이어 올해는 지난달 15일까지 296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 패션업체뿐 아니라 패션 대기업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을ㆍ겨울 신상품 ‘D.I.Y 퀼팅자켓’을 선보이며 와디즈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중인 세정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웰메이드컴(WELLMADE COM)’은 목표 금액의 1209% 달성, 총 1209만6000원이 모였다. 현재 진행 중인 '커뮤터 다운 시리즈'는 나흘 만인 7일 기준 목표 금액의 735%를 달성한 734만2000원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와디즈를 통해 일주일동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한세엠케이 TBJ도 목표 금액의 859% 달성하며 성황리에 펀딩을 마쳤다.
LF는 최근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펀딩 프로젝트의 일환인 ' ‘리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과를 거두었다. 총 두 차례에 걸쳐 실시간 라이브방송을 통해 고객 의견을 반영해 상품에 대한 방향성과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다.
LF 관계자는 "최근 3차 라방을 마치며 당초 펀딩 프로젝트 목표인 50명을 아깝게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도입했다는 것, 고객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명 패션기업까지 크라우드 펀딩에 주목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과 함께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과정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인건비나 매장 임대료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 덕에 소비자들 역시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수 있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특히 인기를 얻고 있다.
단순 구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품 제작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자금 조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프로슈머가 될수 있다는 점도 MZ세대가 크라우드 펀딩 방식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는 향후 패션 부문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와디즈 김대균 홍보팀장은 "패션 기업들이 예전처럼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은 점차 줄어들고 크라우드 펀딩에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뒤 생산하는 것이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면서 "웹사이트 방문객 70% 이상이 2035세대인 만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크라우드 펀딩의 인기는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