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은 친환경 생명사업'
농식품 수출 '안전장치' 필요
전통 농업에 첨단기술 융복합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한국의 농업은 국제경쟁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현재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정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임정빈 서울대 농경제 사회학부 교수)
무역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FTA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은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을 시작으로 최초의 FTA인 2004년 한·칠레 FTA를 체결했다. 이후 지금까지 16건의 FTA를 체결, 56개국과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수출이 꼭 필요한 만큼 FTA 체결은 확대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농업은 대표적인 피해 분야로 항상 지목된다.
29일 ‘K-농업의 발전 방향과 수출 확대 방안’ 포럼에서 전문가들과 농업 현장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한국 농업은 아직 국제경쟁력이 취약하고,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FTA 시대 한국 농업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농업 대부분은 부족한 농업 부존자원과 높은 토지비용으로 농업생산 여건이 어려운 데다 영세소농, 복합 영농으로 이뤄져 있다”며 “농업 강국과 FTA 체결은 국제경쟁력이 낮은 농업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FTA 대응 대책 수립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농업대책은 해당 부처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다,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농업과 농촌에 대한 소득 안전망 장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7%인데 농업 GDP 성장률은 1.7%에 불과하고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농업 비중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라며 “식량자급률 하락과 농업의 고령화,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 수익성 악화, 도농 간 소득 격차 심화는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업은 고품질·안전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전통농업에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과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을 융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며 “농업은 친환경 생명산업으로, 농촌은 휴양과 체험공간으로 키우는 한편 농민들은 경제 주체로 키우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품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농업과 연계, 이를 바탕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와야 한다”며 “최근 높아지고 있는 농식품 수출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소비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산물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 필수적인 데이터, 제품, 솔루션을 제공하는 팜모닝 서비스를 사업화한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농업데이터는 농민의 수익이고 농업의 혁신”이라며 “이는 곧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다양한 산업에서 일어났던 변화가 농업에서는 없었다.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고,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데 아직 농업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들이 소비자, 농민에게 전가된다. 이런 것들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비효율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호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창업성장본부장은 “선진국의 공통적인 특징은 농업이 선진국”이라며 “농산물 품질도 우수하지만 전후방산업이 다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IT, 플랫폼 업체들이 농업 분야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그만큼 농업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영세한 스타트업이 수준 높은 분야별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기술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