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회복은 내년 하반기 본격화, 3분기 손실 폭 크게 줄여
올해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감소 등으로 고전 중인 정유사들이 3분기에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석유 부문에서 실적을 다소 회복한 것이다.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은 3분기 영업손실이 31억 원에 그쳤다. 상반기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조 3277억 원, 영업이익 352억 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런 실적 개선은 비정유 사업이 이끌었다. 혼합자일렌을 주로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은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로 3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본블랙을 생산하는 현대오씨아이와 상업용 유류 터미널인 현대오일터미널도 각각 62억 원과 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본업인 정유 사업에선 경제성 높은 초 중질원유 투입 비율을 높이고 제품 생산을 최적화해 정유 사업에서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턴어라운드’는 성공하지 못했다.
본업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개선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석유 사업의 영업이익이 386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전반적인 시황이 약세이지만,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재고 관련 이익이 약 2967억 원이 발생했다고 흑자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4분기에는 이 같은 실적이 유지될지 미지수다. 동절기를 앞두고 등유, 경유 수요가 증가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산업 수요가 회복하고 있어 정제마진의 개선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과 더딘 유가 상승세로 재고관련이익이 소멸돼 오히려 다시 석유사업에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유사 사업 전반의 실적 회복은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회복 지연으로 정제이윤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로 여전히 경영환경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고 세계 경제 상황도 나아지며 올해보다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당분간 전통 사업에서 부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내년 하반기에나 이런 실적 부진을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