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국의 선택] 블루웨이브냐, 붉은신기루냐...최대 변수는 코로나와 경합주

입력 2020-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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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서 코로나19 확산세…트럼프 발목 잡나
바이든은 매직넘버까지 불과 54 남아...6개 경합주 절반만 잡아도 승기
반면 트럼프는 6개 격전주 싹쓸이하고도 44명 더 채워야
그런데도 트럼프, 조기 승리 선언 가능성

이번 미국 대선에서 결과의 쟁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경합주의 표심이다. 현재까지는 야당인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싹쓸이 하는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 대선 당시처럼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거나, 현장 투표를 중심으로 한 초기 개표 결과만을 바탕으로 미리 승리를 선언하는 ‘붉은 신기루(Red Mirage·공화당 승리 착시 현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시나리오이든 혼돈은 불가피해 보인다.

백악관행 열차에 탑승할 가능성이 더 큰 쪽은 바이든 후보 측이다. 우선 1억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사전 투표를 마치면서 바이든 후보의 백악관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는 1일(현지시간) 선거 예측 사이트 ‘미국선거프로젝트’를 인용, 적어도 9200만 명의 유권자가 현장 투표나 우편 투표를 통해 사전 투표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국 등록 유권자의 10명 중 4명이 이미 투표를 끝냈다는 뜻이다. 4년 전 대선과 비교하면 현재 사전 투표자 수는 2016년 대선 때 총투표자 1억3650만 명의 약 67%가 넘는다. 통상 민주당 지지층이 사전 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선 시작 전부터 무게추가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운 셈이다.

물론 현장 투표에서는 공화당 지지층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일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우편 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대선 당일 현장 투표를 장려해 왔다.

다만 문제는 최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중요한 시점에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사이에 50만 명이나 불어나는 등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경합주에서 바이러스가 거침없이 확산, 당일 현장 투표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 사태가 유권자들의 표심뿐만 아니라 물리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밀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의 수는 216명으로 추정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5명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승기를 잡게 된다. 즉 바이든 후보가 대권에 한 발 더 앞서 있는 셈이다.

바이든 후보의 경우 매직 넘버 270명까지 불과 54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 후보 쪽이 6개 경합주(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를 비롯해 절반만 확보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트럼프의 경우 6개 격전주를 싹쓸이하더라도 44명을 더 채워야 한다. 여기에 38명의 선거인단을 거느린 텍사스주와 나머지 격전주 한곳을 더 가져와야만 매직넘버를 채울 수 있다.

여러모로 바이든 후보가 우세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방심할 순 없다. 격전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데다 최근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개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달 조사 결과에서는 10%포인트 차이였는데 한 달 만에 대폭 따라잡은 셈이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표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타깃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으면서도 2018년 중간선거에서 투표를 보류한 ‘트럼프 이탈층’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휘둘리는 부동층 두 부류다. 특히 후자의 경우 대부분 격전주에 많은 백인 노동자 계급 층으로, 이들의 표를 확보할 경우 백악관 입성의 지름길인 경합주의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개표 결과에서 우세하게 나타날 경우 조기에 승리를 선언하는 ‘붉은 신기루’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주 동안 이러한 시나리오를 은밀하게 이야기해 왔다”며 “이 시나리오는 선거일 밤에 연단에 올라 자신이 이겼다고 선언하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우편 투표는 개표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현장 투표를 중심으로 개표가 이뤄져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후 우편 투표 개표가 본격화하면서 바이든 후보가 결국 최종 당선인으로 확정되는 경우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우편 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온 것에 비춰봤을 때, 이 경우 미국 대선이 소송과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다만 팀 머토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대해 의구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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