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일본 총리, 불확실성 우려에 내년 1월 이후 방미 추진
브라질, 러시아 등은 트럼프 재선 기원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상반된 외교 정책을 들고 나오자 세계 각국 정상도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정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미국 대선 후 첫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날 저녁 8시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대선 바로 다음 날인 4일 오전 7시다. 앞선 1·2회 행사에서는 개막식이 본행사 첫날 오전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저녁 시간에 개막식과 연설이 예정된 것을 두고 시 주석이 미국을 겨냥해 시간을 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은 향후 미·중 관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 주석이 이 자리에서 어떤 대미 메시지를 발신할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시 주석은 전날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 발전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시기를 지나고 있고, 국내외 환경은 매우 복잡 다변하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과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방미 일정을 내년 1월 이후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연내 미국 방문을 보류한 것이다. 2016년 대선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11월에 미국을 방문해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회담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만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지지하는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는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인권 문제와 아마존 개발 등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 측과 접촉을 시도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재 브라질 대사에게도 그렇게 지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까 걱정하는 정상으로 시진핑 주석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 5명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았지만, 3차례 정상회담을 하는 등 '이상하고도 훌륭한' 케미를 발산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비핵화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둔 상태라 당선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대북 제재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은 은근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각종 제재를 부과하며 갈등을 빚긴 했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지금과 같은 압박을 유지할 위험이 있다. 여기에 더해 지금보다 더 조직적인 국제 전선을 구축해 중국에 대항할 수 있어 중국으로선 트럼프의 승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후보의 신뢰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치열한 물 밑 작업을 진행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푸틴의 강아지”라고 부르며 대립각을 세운 터라 러시아에 대해 트럼프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무함마드 왕세자 역시 트럼프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했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적극 옹호했다.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과 미국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사우디가 부수적인 혜택을 본 만큼 트럼프가 패배하면 사우디로서는 아쉬울 것이 많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당장 제재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터키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사들이기로 결정하자 미국 의회는 제재를 가하려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혼자 반대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과거 터키 야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적도 있어 그의 당선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