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물량 부족으로 주거난 우려”
서울 전셋값이 크게 뛰면서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로 계약서를 쓰는 경우의 전셋값 차이가 2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신규 계약하는 경우 보증금이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났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형은 지난달 31일 보증금 8억3000만 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79㎡형은 지난달 16일 보증금 4억2000만 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 계약 보증금은 4억 원에서 5%(2000만 원)를 인상한 값으로 2년 전 4억 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불과 보름 만에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서 전셋값이 2배가량 차이 나는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 가구는 3일 5억1400만 원(4억9000만 원에서 4.9% 인상), 4억5150만 원(4억3000만 원에서 5% 인상), 4억9350만 원(4억7000만 원에서 5% 인상) 등에 거래가 이뤄져 ‘5% 인상’으로 기존 계약을 갱신한 사례가 이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98㎡형은 이달 3일 보증금 11억3000만 원(4층), 지난달 5일 11억5000만 원(14층)에 각각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전세 계약 12건이 5억586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값이다.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7.59㎡형의 경우 지난달 14일 10억 원(13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는 같은 달 6일 5억4600만 원(2층), 20일 5억7750 만원(11층)에 거래된 전세 계약보다 2배 오른 수준이다.
중저가 아파트 전세 거래에서도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났다.
송파구 씨티극동1차 전용 59.95㎡형은 이달 5일 2억9400만 원(4층)에 계약갱신이 이뤄졌다. 이는 2억8000만 원에서 5% 올린 금액으로 추정된다.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은 지난달 20일 4억5000만 원(10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져 보름 사이 맺은 두 계약의 보증금 차이는 1억7000만 원에 달했다.
재건축 아파트로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형의 경우 지난달 27일 6억 원(2층)에 신규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같은 달 12일 3억 원(13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보다 2배 비싼 값이다.
이 밖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났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1삼성래미안 전용 84.94㎡형은 이달 1일 8억8000만 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5억3000만 원(3층)에 거래된 것보다 3억5000만 원 비싼 금액이다.
금천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 59.97㎡형은 지난달 17일 보증금 5억9000만 원(31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같은 평형 아파트는 이달 2일 3억9900만 원(6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3억8000만 원에서 5%(1900만 원) 오른 값으로 계약 갱신 거래로 보인다.
강동구에서도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97㎡형이 지난달 5일 4억9800만 원(4층)에 전세 계약이 갱신된 데 이어 9일에는 9억5000만 원(31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져 나흘 사이에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 간 가격 차이가 2배가량 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이 전체적으로 크게 뛰고 있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