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밀고, 매매값이 끌고…주택시장에 '퍼펙트 스톰' 오나

입력 2020-11-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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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신사동 '신사 한신휴플러스' 아파트에선 지난달 13일 전용면적 59㎡형 전세계약이 보증금 4억 원에 체결됐다. 이 아파트가 지어진 이래 같은 면적 기준 가장 비싼 전셋값이다. 이 무렵 이 아파트 최고 매매가격이 5억2000만 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율(매매가격과 전셋값 사이 비율)이 77%까지 올랐다. 같은 달 24일, 이번에는 매매가격이 6억 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이달 13일 신사 한신휴플러스 59㎡형에선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이 같은 날 체결됐는데 각각 종전 최고가에서 3000만 원, 5000만 원씩 올랐다.

'매매가격-전셋값 동시 상승'… 악순환 빠진 주택시장

주택시장에서 매매값과 전셋값이 서로 밀고 끌어당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고 그렇게 오른 매매 가격이 전셋값을 끌어당기기 일쑤다. 퍼펙트스톰(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파급력이 더 커지는 현상)이 주택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산내마을 6단지 전용 59㎡형은 두 달째 전세가율 83%를 유지하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거의 같은 비율로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만 해도 이 아파트 전세 시세는 평균 2억7000만 원이었지만 이달엔 3억3000만 원에 전셋집이 나갔다. 2013년 입주 후 최고가다. 지난달 평균 3억1050만 원이던 매매가격도 이 달 들어 3억97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이 아파트 전용 59㎡형은 4억 원을 호가하고, 전세는 매물이 전혀 없다.

매매ㆍ전셋값 동반 상승 현상이 일어나는 건 전세난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주 기준 전국적으로 63주, 서울에선 71주 연속 상승했다. 개정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상승 폭이 더욱 커졌다. '2+2년 계약 갱신 청구권'과 '5% 전ㆍ월세 증액 상한제' 등 규제를 피해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자에게 전셋값을 기존 시세보다 높게 부르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가을철 이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 높아진 전셋값에 계약 갱신을 선택하는 기존 세입자가 늘면서 전셋집은 더 귀해졌다.

▲아파트 전세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많지 않아 전셋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부동산 매물 정보 게시판이 텅 비어 있다. 2020.10.25 (연합뉴스)

전세 난민들, 중ㆍ저가 아파트 매수로 전환…매매가 자극
전세가율 오르면서 '갭 투자'도 고개

전세난이 악화되면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공산이 크다.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면 전세 수요 일부가 중ㆍ저가 아파트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오른 전셋값이 집값 하향을 막는 완충재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21% 올라 올해 6월 이후 다섯 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6월부터 고강도 규제와 공급 대책을 쏟아내면서 안정되는 듯했던 집값이 전세난에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전세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임대인들은 오른 집값에 맞춰 전셋값도 비싸게 부를 가능성이 크다.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가율이 올라가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차익을 노리는 '갭 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 위험이 있다. 전세가율이 오르면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액이 줄어드는 만큼 자금 마련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전세 물량이 확 늘어나기 쉽지 않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든다"며 "내년 이후까지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중ㆍ저가 아파트 매매 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현상이 이어질 것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난 진정 대책 고민하는 정부
대책 내놔도 단기간 공급 쉽지 않아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 대책을 고심하는 것도 전세난이 주택시장 전반을 흔드는 진앙 역할을 할 것을 우려해서다. 정부는 이르면 18일 매입 임대주택 확대, 상가ㆍ사무실 등 비주거용 건물의 주거 용도 전환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매입해 공급할 수 있는 임대주택은 주거 여건이 떨어지는 빌라가 대부분"이라며 "수리나 소유권 이전 등 절차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공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 중인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가운데 4044가구가 6개월 이상 공실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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