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서부면허시험장’ 맞교환 추진에 상암동 주민들 뿔났다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입을 위해 마포구 상암동 서부 운전면허시험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맞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상암동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24일 마포구 상암동 입주민연합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LH의 부지 맞교환 계획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송현동 부지 맞교환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밀실행정과 부정행위”라며 “모든 주민이 반대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인 구청을 선두로 주민들 모두 단결하여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또 “서부 운전면허시험장은 서울 서북부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중심지를 개발하기로 돼 있는 곳이지 3500가구 초고층 주택 공급을 위한 부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마포구 상암동 주민들은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맞교환 뒤 교통 대책도 없이 대규모 주택 공급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 역시 “다른 지역 공원 조성을 위해 마포구민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며 “마포구와 지역 주민의 협의 없이 추진하는 임대주택 건설 등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부지 소유주인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 매입을 위해 LH가 참여하는 부지 맞교환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맞교환은 먼저 LH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면 서울시가 LH의 송현동 부지와 시유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 마포구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위치도. (네이버지도)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와 교환할 시유지로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공공개발단 관계자는 “서부운전면허시험장 교환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 면적은 7만㎡ 규모이며 공시지가는 2600억 원 수준이다. 송현동 부지는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6642㎡ 규모로 대한항공이 보유하다 코로나19 이후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공시가격은 3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담은 8·4 부동산 대책에서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또 다른 지자체 교환 부지를 선정해도 반발을 피할 수 없어 송현동 부지와 서부 운전면허시험장 맞교환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시에서 해당 지자체의 사전 의견 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고 대한항공과 부지 매입가격을 놓고 협상을 해왔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서 합의에 성공했다. 양측은 오는 26일 송현동 부지 현장에서 매각 조정합의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