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사라지면서 전통적 형태 벗어나, 자율주행과 만나면 일상 주거공간으로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의 디자이너(현장에서는 ‘스타일러’라고 불린다)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구동 방식에 따라 뒷바퀴 굴림(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FR 자동차 디자이너와 앞바퀴 굴림(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FF 차 디자이너다.
"자동차 디자인 대부분 비슷하지 않으냐"라고 말한다면 오산이다. 디자이너 모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아온 역량, 나아가 성공 사례 등을 종합해보면 FR과 FF 디자인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FR 자동차는 앞 오버행(앞범퍼와 앞바퀴 중심까지의 거리)이 극단적으로 짧다. 반대로 FF 자동차는 엔진 구성에 따라 이 길이가 길다. 기본 구성과 특징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시장의 유행을 좇아가며 균형미를 맞출 수 있느냐가 디자이너의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조만간 점진적으로 흐릿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 플랫폼이 일반화되면 자동차의 기능 가운데 실내 활용도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율주행과 전기차가 일반화되면 자동차는 운송수단이라는 기본 목적이 더 커진다. 세련미와 스포티한 감각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게 우선 목표가 된다.
결국, 자동차 디자인은 네모반듯한 이른바 ‘원-박스카’ 형태의 자동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 시점에서 개인에게 맞춤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 전략을 세웠다.
전기차와 자율주행기술이 맞물리면 자동차는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으로 기능이 확대된다. 운전자는 운전만 하던 제한된 경험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모빌리티 방향성 ‘스타일 셋 프리’는 고객이 자신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 올 초 선보인 신개념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는 한계 없는 개인화 설계 기반의 친환경 이동수단이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 동안 탑승객은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앞으로 가구 디자이너 또는 실내건축 디자인 전문가가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센터에서 중대한 역할을 도맡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