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전날 발생한 외국인 대량 매도가 추세적 자금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4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개장 이후 일일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1일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전날 외국인의 매도 원인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MSCI 리밸런싱 영향이다. 한 연구원은 “어제는 MSCI 지수의 리밸런싱 적용일이었는데 공교롭게 역대 두 번째로 외국인 순매도가 많았던 8월 31일도 MSCI 리밸런싱 당일이었다(1조6000억 원 순매도)”고 밝혔다.
이번 리밸런싱에는 MSCI 신흥국 시장지수 내 인도의 비중이 증가하고 쿠웨이트가 신규편입됐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12.1%에서 11.8%로 축소됐다. 패시브 자금에서 자금유출 압력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두 번째로 최근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다. 그는 “지난달 29일까지 코스피는 16.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단기급등으로 인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었고 어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매도한 업종이 반도체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재점화 가능성도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중국해양석유를 규제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며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미ㆍ중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던 순간에 나온 깜짝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책이 계속될 수 있고, 이는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 중 하나였던 미ㆍ중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가운데 정책 및 정치적 이벤트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게 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어제의 외국인 매도 폭탄이 외국인 자금 유출의 신호탄일까?
한 연구원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11월 이후 외국인 자금이 코스피로 돌아온 배경에는 바이든 당선으로 인한 미국 정치불확실성 완화, 신흥국 시장 내 높은 매력도 등이 있다”면서 “아직 위의 두 가지 요인은 유효하며, 최근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인도와 대만의 실적추정치가 국내보다 가파르게 상향조정되고 있어 상대적인 매력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기업들의 이익추정치 상향도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2개월 선행 기준으로 코스피의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130조 원으로, 이는 지난달 126조 원보다 3.4% 증가했다. 한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을 필두로 실적개선 기대감이 유효한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 관점에서 국내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면서 “환율도 원화 강세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추세적인 자금유출의 신호탄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