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고령자, 주택가격 상승 기대로 보수정당 지지” 발언 '논란'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가 이사로 재직 중인 '한국도시연구소'는 신규 계약 임대료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전국을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변 내정자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반(反)시장적 주거 정책 확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 10월 펴낸 ‘2020년 하반기 실거래가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정책 중 과제 최우선 순위로 ‘신규 계약의 임대료 규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할 뿐 기존 높은 임대료를 인정하고 신규 계약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신규 계약 시 초기 임대료를 규제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지난 6월 신규 계약에 대한 전·월세 상한제 도입안을 발의해 국회 통과를 논의 중이다.
연구소는 또 서울ㆍ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 중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전국 모든 시ㆍ도에서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분상제는 아파트 분양가 산정 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한 제도다. 이 경우 시세와 상관없이 분양가를 당장 낮춰 공급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사업 위축과 공급 물량 감소로 집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고서에는 이밖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와 전매 제한을 전국 부동산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다소 급진적인 주장도 담겼다. 보고서는 “특정 규제지역에 한정한 규제는 풍선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전면적인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청사진을 그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 등이 소속돼 있어 정부 부동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 발행한 보고서에서 주장한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강화’ 와 ‘공공임대 물량 확대’, ‘공시가격 정상화’ 등은 최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모두 반영됐다. 앞으로 이 연구소의 주요 연구 결과와 주장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국도시연구소와 별개로 변 내정자의 부동산 정책 철학도 논란이 예상된다. 변 내정자는 2015년 저자로 참여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에서 “고령자일수록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보수정당일수록 각종 개발사업과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 자신들의 주택 자산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수 정권은 지지층을 의식해 집값 부양책을 펴고, 진보정권은 그 반대로 하려 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또 변 내정자가 교수 재직 때부터 오랫동안 주장한 ‘토지임대부 주택'(소유권은 정부에 남기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춘 주택)과 공공기관이 주택을 지은 뒤 저렴하게 분양하되 집을 팔 때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되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추진할 경우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변 내정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인사 청문회를 통해 여러 검증을 받은 다음 정책 방향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