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나온 9개 환경 관련 주주 제안 중 8개에 찬성
미국 2위 연기금, 엑손모빌에 친환경 동참 요구
1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최근 발표한 ‘내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인종·성별에 따른 이사진 다양성 확대 등을 주주 권한 행사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이 기준을 못 맞추는 기업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더 많이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블랙록이 이전에도 주주 권한 강화를 외쳤지만 이같이 명시적으로 제시한 경우는 없었던 만큼 시장에선 이번 발표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단체 세레스의 민디 러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20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며 “이번 주에 나타난 이 변화는 이전에 본 것과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록은 시장의 모든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들의 결정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기업 이사회를 몰아갈 것”이라며 “블랙록은 기후 결의안에 대해 적당한 정도가 아니라, 강력하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록은 운용자산이 7조 달러(약 7632조 원)에 달해 다른 투자자와 기업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CNBC는 내다봤다. 블랙록은 지금까지 주주 30%의 찬성을 얻은 결의안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50% 이상의 지지를 받았을 경우 기업은 요구사항의 90% 이상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이런 분석은 그만큼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랙록은 이미 7월부터 주주들이 제기한 9건의 환경 관련 제안 중 8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향후 기후변화 문제에 동참하는 기업의 수를 두 배 넘게 늘려 포트폴리오를 1000곳 이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로 인해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거나 일시적 비용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 측면에서도 기업들의 경영 전략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석유 메이저 업체 엑손모빌도 7일 미국 2위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의 지원을 받는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다. 새로 결성된 ‘엔진 넘버1’이라는 펀드가 엑손 이사회 자리 4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회사 측에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들은 덴마크 풍력발전 업체의 전 CEO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인사를 엑손 이사로 추천했다.
운용자산이 2260억 달러에 달하는 뉴욕주 연기금도 “향후 수년에 걸쳐 석유와 가스 종목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CNBC는 “블랙록이 새로운 비전을 내놓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지 주의 깊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보스턴트러스트월든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주주참여를 담당하는 팀 스미스 이사는 “우리는 그동안 이 사안에 대해 블랙록에 주주 결의안을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행동하지 않거나 극히 일부 결의안에만 투표했다”며 “올해는 블랙록이 행동을 개선해야 할 때이며, 이번엔 정말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