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변이 확산 우려에 세계 증시가 불안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에 전문가는 백신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 여건으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오히려 변이 코로나19보다 유례없는 연말 랠리 탓에 숨 고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4.97포인트(1.62%) 내린 2733.68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 추가 부양책 기대감에도 변종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하방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추가 부양책 합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하락 출발했다”며 “영국발 변종 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 증시를 흔든 건 영국발 변이 코로나19 공포가 커지면서다. 전날 영국 남부 등지에서 기존보다 감염력이 최대 70%가량 큰 것으로 분석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에 영국 당국은 수도 런던을 포함해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에 코로나19 대응 4단계를 발령하고 긴급 봉쇄에 돌입했다.
간밤 뉴욕증시 역시 변이 코로나19 우려가 덮치면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장 초반에는 2%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지만, 백신 기대감 등에 힘입어 장중 낙폭을 줄여나갔다. 21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40포인트(0.12%) 상승한 3만216.4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새 16.64% 오르면서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25.16)을 기록했다.
미국 신규 부양책 합의 소식이 그나마 낙폭을 줄였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번 부양책은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수준일 뿐,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뒷심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또 이미 가격에 선반영됐던 만큼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전문가는 변이 코로나19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아직은 영국에만 한정된 개별 이슈라서 세계 증시 재료로 영향력이 커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기존 백신이 변종 코로나19에도 유효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전해지면서 시장 우려도 일부 진화된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화이자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 백신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도 같은 날 “과학적으로 그 (변이) 바이러스가 실제로 더 전염성이 강하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미 정부 백신 관계자가 직접 우려 진화에 나서는 등 변이 코로나19 요인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변이 코로나19 우려가 심각하다면, 미 증시 역시 유럽 지역처럼 2% 가량 빠질 수 있었지만 장중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증시의 양호한 수급 여건이 증시를 뒷받침해준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국내 시장 유동성이 일단 풍부한 상태다. 변종 코로나19 우려가 커지더라도 당장은 수급 자체가 받쳐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단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변이 코로나19보다는 전례없는 연말 랠리에 증시는 소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허 팀장은 “사실 변이보다 기존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자체가 주는 우려가 더 크다”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검토 등 정상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연말 소강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한 달 새 코스피 지수는 여러 차례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높아진 상태로, 연말 지수는 기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기간 반도체, 자동차 등 내년 유망 산업의 종목이나 ETF 등을 눈여겨볼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