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공공 참여형 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이 베일을 벗었다. 모두 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 역세권에 위치한 지역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10년 이상 사업이 지체됐던 곳이다. 동대문구 신설1구역 등 주요 시범사업 후보지 조합은 일제히 환호했다. 다만, 앞선 재개발 과정에서 사업 진행이 좌초된 경험이 많았던 만큼 사업 완료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15일 공공재개발 사업시범 후보지로 동작구 흑석2구역과 영등포구 양평13·14구역, 동대문구 용두1-6·신설1구역, 관악구 봉천13구역, 종로구 신문로2-12구역, 강북구 강북5구역 등 8곳을 선정했다. 시범사업 후보지는 기존 정비구역 중 사업을 신청한 12곳 가운데 선정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선정된 구역은 모두 역세권 주변으로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으로 정비구역 지정 이후 평균 10년 이상 사업이 정체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은 주민동의를 거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토지주택공사(SH)가 공공시행자로 지정된다. 이후 올해 말부터 ‘공공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시범사업 후보지에는 동대문구 흑석2구역 1310가구와 동대문구 용두1-6구역 919가구 등 총 47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정비구역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흑석2구역 조합 관계자는 “흑석2구역은 상가 비율이 높아 그동안 조합설립 동의률 75%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해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며 “12년 동안 추진단계에 머물렀는데 이번 공공재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 관련 인센티브도 받고 상가 소유주의 동의를 거둬 우리 지역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지 선정에서 탈락한 정비구역은 주택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곳으로 알려졌다. 앞서 은평구 내 8개 구역 중 7곳은 시범사업 후보지역으로 지원했지만 주택 노후도가 낮아 탈락했다. 이에 오는 3월 말 발표될 본사업 구역 선정에도 해당 구역 주택 노후도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역 내 빌라 신규 투자 신중해야"
다만, 재개발 사업은 평균 10년가량 걸리는 만큼 시범사업지 선정 이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는 LH와 SH가 사업에 참여해 공공재개발 사업 기간을 기존 사업 기간의 절반 수준인 5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지만 주민 동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시범사업 선정 조합 관계자는 “우리 구역은 상가 비율이 높은데 상가 소유주들은 반대가 많고 일부 주택 소유주 역시 공공 이미지를 싫어해 (최종 단계까지) 가봐야 성공 여부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 구역 내 투자 목적으로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을 사들일 경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공공재개발 기대로 일대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흑석 2구역 내 H공인중개 관계자는 “발표 전날(14일)에도 매수 문의가 있었지만 현재 매물이 없어 거래는 끊긴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은 아직 사업 확정 단계가 아니다. 또 정부는 분양받을 권리 산정 기준일을 공모 공고일인 지난해 9월 21일로 고시하기로 해 빌라를 구입하더라도 입주권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미 빌라 가격에 공공재개발 호재가 선반영된 측면이 많은데다 재개발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면서 "공공재개발 지역 내 빌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