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행장에게 징계를 내린 데에 대해 “행장이 모든 임직원을 관리ㆍ감독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수조 원의 피해를 낸 사모펀드 사태에도 행장 징계는 과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당국의 징계는 명확성의 원칙과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9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융권의 경영 활동을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와 같은 침익적 행정처분은 금융사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법규 등을 충실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감독 행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상호 소통하는 감독 행정이 이뤄져야 창의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 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위반하고 불완전 판매를 한 것으로 봤다. 금융사 임원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돼 임기 만료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김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질문에 “이달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부합하도록 은행 판매 프로세스 개편을 지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도 보완을 통해 동일한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 지원에 대해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기간이 종료 후에 상환 부담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고객에게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은행연은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 집합제한업종 임차 소상공인 특별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소상공인 대상 대출의 금리를 2~3%대로 인하했다.
김 회장은 완화돼야 할 은행권 규제로 신탁, 파생결합 펀드 등에 대한 규제를 꼽았다. 김 회장은 “신용이 높은 은행이 국민의 생애주기별 금융 수요에 맞춰 다양하고 적극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의 걸림돌인 규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빅테크ㆍ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로 제기되는 기존 금융권과의 역차별 문제에 대해 김 회장은 빅테크와 핀테크를 구분해 빅테크에 보다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핀테크보다) 영향력이 큰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영업규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빅테크의 신용 위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규제체계 정비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빅테크ㆍ핀테크에 비해 은행의 보안 수준과 전문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은행은 엄격한 내부 통제와 강력한 보안 인프라로 신뢰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역할을 빅테크, 핀테크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올해 중점을 둘 분야로 금소법 시행에 따른 대비와 실물경제 지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은행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경영을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금융 당국과 협력해 사원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