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전쟁 새로운 국면…‘양자 기술’ 전면으로

입력 2021-03-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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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보전략 지침서 양자컴퓨터 개발 강조
중국 양회서 양자 기술 중점 R&D 대상에 포함
현재 양자컴퓨터는 미국, 양자통신ㆍ암호는 중국이 우위

▲두 표 모두 하드웨어 기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중장기 산업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양자 기술이 양국 정책 최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달 초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을 발표하고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이 경제와 안보, 고용 격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재투자하고 다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는 모습이다. 당국은 지난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14차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동안 연구·개발(R&D) 비용을 연평균 7% 이상 늘리겠다고 표명하면서 양자 기술을 AI, 반도체와 함께 중점 대상으로 꼽았다.

현재 양자 기술은 세부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나눠 가지는 모양새다. 우선 양자컴퓨터 중 하드웨어 관련 특허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다. 정보분석업체 밸류넥스에 따르면 IBM이 140건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각각 81건과 65건으로 3, 4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 기업이 상위권을 주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에서도 IBM과 MS가 나란히 세계 1, 2위에 올랐다.

반면 양자통신·암호 분야에서는 화웨이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중국이 강세를 보인다. 하드웨어 관련 특허로는 화웨이가 일본 도시바에 이어 세계 2위를, 베이징 우전대학은 4위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1위 국가전망공사를 포함해 톱5를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다.

전체 특허 건수로는 중국이 3074건으로 미국(1557)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닛케이는 “1957년 소련에 인공위성 발사가 뒤처진 이후 미국은 안보 관련 기술에서 항상 우위를 점해왔다”며 “하지만 양자 기술 시대에서는 다르다”고 평했다.

특히 중국이 양자통신·암호 개발에 주력하게 된 것은 2013년 미국의 정보 수집 실태가 폭로됐던 이른바 ‘스노든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전직 국가안보국(NS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일반인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 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중국은 미국 일류 대학들에 자국 우수 학생들을 보내는 등 인적·물적 능력 향상에 몰두했다. 일본 정보통신연구기구(NICT)의 사사키 마사히데 연구원은 “미국으로 보내졌던 중국 연구원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거점을 마련한 시점과 중국이 양자 기술 발전을 도모하던 시기가 겹치면서 중국 내 해당 분야가 폭발적으로 약진했다”고 분석했다.

특허 건수에 밀린 미국도 반격할 채비에 나섰다. 지식재산권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는 아스타뮤제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양자 컴퓨터 관련 R&D 투자는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2억 달러(약 2273억 원)로 집계됐으며,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컴퓨터인 양자컴퓨터는 첨단 소재와 의약품 개발, AI 이용 등에 ‘파괴적 혁신’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속도로 인터넷 등에서 쓰이는 암호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양자통신과 암호는 이런 위협을 차단할 수 있는 방패로 평가받는다. 양자 기술에서 치고 나가는 국가가 경제는 물론 안보 지형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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