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세 부담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세 부담을 예상하면서도 절세용 급매물이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에 무게를 뒀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 주택 임대차시장에선 전세보다 월세 선호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가 15일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유세 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이 12억 원으로 매겨지는 시세 17억1000만 원 수준의 아파트는 작년보다 공시가격이 24.8% 오른다. 이에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담은 432만 원으로 예상된다. 작년(302만 원)보다 130만 원 가량 오른 가격으로 약 43% 늘어난다.
공시가격 20억 원으로 책정되는 시세 26억7000만 원 수준의 아파트 보유세 증가폭은 더 크다. 공시가격이 작년(17억6000만 원)보다 13.6% 뛰면서 지난해 1000만 원이었던 보유세는 올해 1446만 원으로 껑충 뛴다.
보유세가 이처럼 폭탄 수준으로 불어나지만, 전문가들은 보유세 회피 매물이 급격히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주택자들은 조세 부담보다는 자본이득의 증가폭이 더 클 것으로 보고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히려 매도보다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보유세 부담에다 6월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 지역에서 강화되는 다주택자 양도세율 인상으로 3월 말~4월 말께 절세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매매나 증여를 통해 정리한 다주택자들이 상당해 물건이 나오더라도 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쏟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매시장에선 급격히 불어나는 세금이 부담스러워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관측됐다.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덜한 중저가·중소형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반대로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와 용산, 여의도, 목동 등에선 가수요 억제 효과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선호현상이 짙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일종의 현금흐름인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살던 집을 월세로 전환하고 저렴한 외곽지역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시가격은 건보료 부과,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선정 등 60여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만큼 급격한 인상 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서 교수는 "공시가는 조세 부담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고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