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2·4공급 대책으로 인한 관망세 확산과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금 부담,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심리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2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79.8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마지막 주(25일 기준) 113.4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떨어진 것이다.
100을 밑돈 건 4주 째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100 미만은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에선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집값 상승폭도 5주째 줄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15일 기준) 0.42%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0.24%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실제 서울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아파트 전용 115㎡형은 17일 13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나온 신고가(14억3000만 원)보다 약 6000만 원 조정된 가격이다.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아파트 전용 58㎡형은 이달 5억8000만 원에 팔리며 지난달(6억2500만~6억4000만 원) 대비 많게는 6000만 원 가량 조정됐다. 강남구 개포동에선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형이 10일 19억9000만 원에 팔렸다. 최고가(21억 원)보다 2000만 원 낮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졌고, 수도권 전반적으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의 관망세는 2025년까지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2·4대책의 영향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發) 땅 투기 의혹에 정부의 주택 공급 동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세 부담과 금리 인상도 수요자들의 매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집값이 하락전환 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달 노원구 중계동 주공10단지 전용 58㎡형은 직전 최고가(7억6000만 원)보다 700만 원가량 비싸게 팔렸다. 상계동 동아불암 전용 59㎡형도 12일 5억2000만 원의 신고가로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금천구 가산동 두산아파트 전용 84㎡형은 종전 신고가(7억4000만 원)를 뛰어넘는 7억9500만 원에 팔려 8억 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는 강남, 목동 등도 집값 상승세를 지탱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에선 전용 53㎡형이 이달 초 15억 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 신현대12차 전용 110㎡형은 이달 30억 원으로 신고가를 썼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여야 후보자들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임 연구원은 "노원, 도봉 등 서울 외곽지역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가 여전하다"며 "특히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보름도 남지 않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눈여겨봐야 할 변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