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우려…정부는 “영향 없을 것”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 신고제’가 또다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주인은 제도 시행 이후 임대소득세 등 세 부담을 이유로 보증금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임대인은 아예 전월세 물건을 거둘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전월세 신고제 시행 시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 제도와 ‘전월세상한제’ 시행 때처럼 전세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제도 시행 이후부터는 수도권과 광역시, 각 도의 시 단위 이상 지역에서 주택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임대차 계약 시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전월세 계약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임대인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조세 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 내역을 과세 근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이 변하면 얼마든지 과세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금 부담분 만큼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임대인들이 세 부담을 이유로 아예 전월세 물건을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지난해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발생한 서울 아파트 전세 대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 2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시행됐지만 오히려 전세 물건이 줄고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부작용을 겪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KB국민은행 부동산이 펴낸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 원으로 법 시행 직후인 8월보다 2666만 원(5.2%) 올랐다. 법 시행 3개월 만에 평균 전세값이 3000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191.8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0월(193.8)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뜻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계획 발표 영향으로 둔화됐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3%로 전주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강남 4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1% 하락해 2019년 6월 둘째 주 이후 1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하지만 공공 주도 주택공급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얼마든지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제도 시행 이후 전셋값이 오르면 정부는 과세 카드를 고민할 것”이라며 “정부가 이걸(전월세 신고제)로 또 다른 무언가를 하려 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가 전세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신고제는 완성된 거래에 대해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