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저상버스, 전체의 절반 수준
저상버스, 콜택시 '지역 격차'도 커
가게·편의점조차 자유롭게 가지 못해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의 장애인 콜택시가 무료로 운행한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동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2005년 장애인 이동권을 법률로 명시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대중교통과 길거리, 골목 등 우리 사회 곳곳이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고 있다.
서울 22개 지하철역은 아직 장애인이 혼자 힘으로 이용할 수 없다.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지상부터 승차장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1역 1동선'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들 지하철역 22곳 중 12곳은 승강기 설비를 위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고, 6곳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4곳은 아직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서울시는 당초 2022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진행될 예정이었던 승강기 공사 관련 예산이 서울시 본 예산에서 빠지며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지하철의 경우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19년 기준 서울 시내를 오가는 버스 중 기준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저상버스 비율은 절반(53.9%)을 겨우 넘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 시내 저상버스 도입 약속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그나마 있는 저상 버스도 고장 등으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장애인 이동권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의 48%가 "저상버스 이용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버스 기사가 버스 경사판 작동법을 모르거나 작동 불량인 경우(69.1%)였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 상황은 더 좋지 않다. 2019년 기준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10~30%대에 머물러 있다.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역시 지자체별로 수급 현황이 달라 지역별 격차가 크다.
대중교통뿐 아니라 가게 및 일반 건물 등에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다. 일반 건물의 출입구에 있는 데크와 낮은 계단 모두 휠체어 탄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2018년 4월 일부 장애인 단체들은 편의점과 식당 등 생활 편의시설의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라며 국가와 GS리테일, 신라호텔, 투썸플레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중 신라호텔과 투썸플레이스는 조정안에 합의했지만, GS리테일은 합의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소송을 제기한 '생활편의시설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300㎡(약 90평) 이하인 편의점과 식당 등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현행법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대위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100곳 중 장애인이 출입 가능한 곳은 1∼2곳에 불과하다. 법에 정해진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기업이 따를 이유가 없다. 결국, 공대위는 지난달 29일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담기지 않은 장애인등편의법과 시행령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한편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정치권에서는 이동권·정보 접근권 등 권리 증진을 위한 법안을 내놓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개 장애인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 보호와 삶의 격차를 줄이고 한 사람의 가치가 온전히 발휘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