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미나리 제작자 브래드 피트, 저희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수상 소감 전문]

입력 2021-04-26 11:29수정 2021-04-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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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은 윤여정(74)은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라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품에 안은 윤여정(74)은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라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26일(한국 기준)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과 돌비 극장에서 진행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아카데미 무대에 오른 그는 먼저 여우조연상을 시상한 '미나리' 제작자 브래드 피트를 향해 “드디어 만나서 영광이다. 감사하다.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라고 농담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이다. 많은 분이 내 이름을 ‘여여’나 ‘정’이라고 하더라. 용서해드리겠다"며 "보통 아시아권에서 살면서 서양 방송을 많이 봤는데 늘 직접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아카데미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고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면서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여정은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다. 나는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 (함께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 등 내가 언제 이런 대배우와 경쟁하겠냐. 글렌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많이 봐왔다. 내가 수상한 건 운이 좋았을 뿐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일하러 나가라고 잔소리한 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가족에게 영광을 돌리면서 첫 영화 '화녀'(1971)를 함께한 김기영 감독도 언급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나의 첫 영화를 함께한, 나의 첫 감독님이었다. 살아계셨다면 굉장히 행복해하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이날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이자,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다음은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전문

마침내, 만나게 됐군요. 브래드 피트. 반갑습니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땐 어디 계셨죠.

제 이름은 윤여정이고, 유럽에서는 많은 분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부르거나 정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간 지구 반대편에 살아왔습니다. 그곳에서 서양 TV 프로그램을 많이 봤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오늘 이 자리에 직접 서게 되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을게요. 아카데미 관계자분들과 제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노엘, 앨런, 한예리 등과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는 모두 함께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제 캡틴이자 감독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경쟁에서 이길 줄 몰랐습니다. 글렌 클로스가 있는데 어떻게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겠습니까, 오히려 전 그분의 훌륭한 연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분의 훌륭한 연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다만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역할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냈습니다. 저는 그냥 운이 좋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많은 관심과 환대를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들들이 저한테 일하러 가라고 종용을 하는데 그래서 감사합니다. 아들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할 수 있더니 이런 상을 받았습니다. 제 첫 영화의 감독이셨던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살아계셨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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