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 의도 없더라도 용어 자체는 부적절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차별적 용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외눈'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작은 추미애 전 장관이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옹호하며 언론을 '외눈'이라고 칭하면서다. 추 장관은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양 눈으로 보도하는 뉴스 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외눈', '양눈' 등의 표현이 장애 혐오 발언이라며 즉각적인 수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적절한 지적이고 이에 동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추미애 전 장관은 "장 의원과 이 의원은 문맥을 오독하여 제 뜻을 왜곡한 것이다"라며 국어사전에서 '외눈'의 정의를 서술하며 혐오와 비하의 뜻이 없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장관은 "접두사 '외-'는 '혼자인'의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란 뜻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는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게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4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장애인 인식개선 가이드(공무원용)'는 시각장애인을 일컫는 '부적절한 용어' 중 하나로 '외눈'을 명시하고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이 혐오와 비하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용어 자체는 사용하기 부적절하다.
장혜영 의원 역시 추미애 전 장관의 반박에 "'외눈'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외눈'이라는 단어를 '양눈'보다 가치가 덜한 것, 편향적인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신 점에서 그렇다"며 "글에서 '외눈'이라는 단어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정상성의 기준으로 제시된 '양눈'이라는 표현에 대비돼 비정상성의 비유로 사용됐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쓰지만,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의미를 담긴 용어가 많다. 이런 차별적 용어를 여기저기 널린 먼지만큼 미세하다 하여 '먼지 차별'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부처 질의 과정에서 사용했다가 사과한 '절름발이'가 대표적이다. 절름발이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지체장애인'이라 칭하는 것이 맞다. 이 의원은 비판이 일자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이 지난 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논평하며 '꿀 먹은 벙어리'라고 말한 것도 장애인 혐오 표현이다.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의류 '벙어리장갑' 역시 사용해선 안되며 '엄지 장갑', '손모아 장갑'이라고 써야 한다. 김은혜 의원은 해당 언어를 사용한 날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 밖에 장애인과 반대되는 '정상인'도 차별적인 용어다. 장애를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정상인 대신 '비장애인'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
몇 년 전 새로 등장한 신조어로 최근 커뮤니티 등지에서 많이 쓰이는 ‘결정 장애’ 역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결정이 힘들다', '우유부단하다' 등으로 바꿔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모자라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정신 지체' 대신 지적 장애를, 장애를 '앓다' 대신 장애가 '있다'로 표현해야 한다. 앓다의 사전적 의미는 병에 걸려 고통을 겪다인데 장애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장애를 가치가 덜한 것이나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20일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의원들에게 소송을 낸 조태흠 씨는 이날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무심코 던져진 장애인 비하 발언들이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과 아픔을 주는지 아느냐"며 "이러한 피해와 혐오의 올가미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주성희 씨도 "사소한 말이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게 남아있는 그런 말"이라며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모두가 상처 주지 않는 사회를 저는 원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