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에 적은 '특수주소'를 빠트린 채로 판결정본 등을 송달한 법원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외국인 A 씨가 신청한 난민불인정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항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자신의 나라에서 폭력조직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한국에 입국해 난민을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는 소장 주소에 특수주소인 ‘인천 B구 C(D-E-F)’를 기재했다. 1심 재판부는 변론기일 통지서 등 소송 관련 서류를 특수주소 ‘(D-E-F)’가 빠진 ‘인천 B구 C’로 보냈고 주소불명으로 송달되지 않았다.
판결 선고 후 판결정본도 마찬가지로 송달되지 않자 재판부가 판결정본을 공시송달하면서 송달 효력이 발생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A 씨는 약 3개월이 지나서야 추완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은 항소기간이 지난 A 씨의 항소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소송의 진행 상황을 조사하고 선고결과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판결정본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됐다고 하더라도 항소제기 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 원고의 책임질 수 없는 사유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특수주소를 제외한 1심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확한 주소로 소송서류를 송달해야 하는데도 특수주소가 있는지 살펴보지 않고 송달해 송달이 되지 않자 곧바로 발송송달을 했으므로 위법하고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가 적법하게 송달받지 못했으므로 소 제기 후 적극적으로 재판 진행 상황, 판결 선고 사실을 알아보지 않았더라도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