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집' 지분적립형 주택, 첫발 뗐지만 실수요자는 '시큰둥'

입력 2021-05-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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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의 20~25%에 내 집 마련
남은 지분 20~30년간 분할 매입
연평균 2800가구 공급물량 적어
전매제한 등 매각 조건 까다롭고
매각가도 집주인 맘대로 못 정해

(그래픽 손미경 기자 sssmk@)

최장 30년 할부로 집을 살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의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내 집 마련 초기 부담을 확 줄여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매수)을 누를 묘수로 주목받았지만, 자산가치로서 매력이 없다는 반감이 여전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공공주택 유형으로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공급의 주요 대책이다. 분양가의 20~25%를 먼저 지불해 내 집을 마련한 뒤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으로부터 20~30년에 걸쳐 장기간 잔여 지분을 나눠 취득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지난해부터 30~40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과 자금 부담 완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한 끝에 나온 모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023년부터 지분적립형 주택의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S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주택을 지분적립형으로 전환해 공급할 예정이다. 지분적립형 모델 1호 주택으로는 서울 서초구 성뒤마을 공공임대주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분적립형 주택의 최대 장점은 초기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분양가 일부를 먼저 치르고 입주한 뒤 나머지 비용을 나눠내는 만큼 자기 자본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지분취득 가격도 최초 분양가에 정기예금금리를 적용해 결정돼 집값이 올라도 지분취득 가격 변동은 없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짜리 임대주택' 인식 여전…실효성 의문

그러나 한계점도 뚜렷하다. 지분을 나눠 취득해 '로또 청약' 과열은 해소할 수 있겠지만, 공급물량이 적어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를 달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가 내놓을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량은 시행 초기인 2023년 1000가구를 겨우 넘는다. 2028년까지 저이용 유휴부지 및 공공시설 복합화사업 등에서 1만5900가구를 분양해 총 1만7000여 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6년간 연평균 약 2800가구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자산가치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선 분양가 일부만 내고 입주한 뒤 지분을 장기간 나눠 취득한다는 점에서 반전세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부동산 온라인카페 등에선 30년짜리 임대주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다 전매제한은 최장 10년, 실거주 기간도 최대 5년에 달한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택의 지분 100%를 확보하지 못해도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매도 가격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정부가 정한 가격 내에서 팔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매도하도록 한 건 미래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취지에선 맞는 방식"이라면서도 "다만 분양가의 20%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건 역으로 보면 80%의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대출 완화를 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30년 이내에 매도할 때 가격이 인근 시세보다 낮아 지분적립형 주택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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