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정책 역시 주변국 저출산과 맞물려 한계
경쟁사회 철폐와 재택근무 활성화 등 사회구조 개혁 필요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밋 롬니 상원의원 등 정치인들은 부모에게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자녀 양육 장려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두 명 이하 자녀에 익숙해진 요즘 사회에서 상당한 재정 지원이 동원돼도 더 많은 자녀를 낳게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안정된 미래 인구 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재정 지원을 넘어 더 많은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애틀랜틱은 “현재 경제활동 척도가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쓰는 부분에 국한돼 있어 정작 부모가 자녀 돌봄에 투자하는 시간은 무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1970년대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도 지출에만 초점을 맞춘 제한된 접근법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육아의 경제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는 90년대 들어 “자녀는 공공재”라는 주장을 펼치며 양육 문제를 등한시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폴브레는 최근에도 아동에 대한 지출을 ‘인구학적 인프라 투자’라고 규정하며 보완책을 촉구했다.
미국은 인구 문제 해법으로 이민 정책을 활용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 내 이민 인구 비중은 14%에 달하지만, 이 역시 세계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저출산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들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민 장려책을 펼쳐도 미국처럼 이민자가 많이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인구 약 절반이 대체출산율(해당 나라 인구 수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이 낮은 지역에 거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정 지원을 넘어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 가족연구소의 라이먼 스톤 선임연구원은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를 통해 “직장 문화를 고치고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풍토를 바꾸는 등 사회구조 전반을 ‘일’에서 ‘가족’ 중심의 삶으로 개혁해 나가야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996 문화’와 한국의 ‘삼포세대’를 거론하며 사회 구조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96 문화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일주일에 6일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 살인 일정을 의미한다. 삼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다.
스톤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재택근무를 영구적으로 운영하고 시험과 승진이라는 경쟁 지향적인 토너먼트 방식의 구조를 없애는 것에 달렸다”며 “부모가 자녀와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자녀의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찬 삶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때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